2016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많은 사람의 예상을 깨고 민주당 클린턴 후보에 승리해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토마스 프랭크의 책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패배를 정확히 예견했다고 평가된다. 민주당의 집토끼, 즉, 민주당의 전통적인 핵심 지지층이었던 서민층이 클린턴을 떠나 트럼프의 품에 안긴 게 패착이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민중의 당임을 자임하면서 노동자 계급을 주된 지지 기반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민주당은 전문직 종사자의 정당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이 전문직이 오늘날의 진보계급을 자처하고 있다. 이 진보주의는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금융위기 시 금융기관의 행태를 규탄한 월가 점령 시위 등이 있었음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월가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민주당은 진보주의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양당제의 근본적 한계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악화가 양화를 초래하고,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기로 속에서, 미국인들은 어쩔 수 없이 민주당에 투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 공화당의 대선 승리는 이와 같은 민주당을 향한 지지마저도 빼앗길 수 있음을 예상케 한다.
그렇다면 오늘의 민주당은 왜 불평등, 양극화 문제에 손 걷고 뛰어들지 않을까?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난한 서민들은 정치 후원금을 기부할 능력이 없는 반면,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들과 월가의 펀드 매니저는 막대한 재력을 갖고 있으면서 공화당의 가치에 반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맺어진 민주당과 전문직 종사자 집단 간의 결탁은,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킨 브루주아 계급이 훗날 러시아 혁명에서 심판의 대상이 되야 했음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토마스 프랭크의 이 저서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연속적인 집권 뒤 보수당의 '경제 대통령 후보'로 압도적인 표심이 향했던 것은, 한국 민주당을 향한 한국 서민층의 분노 때문이었을 것이다. 경제 민주화를 내세웠던 한국의 민주당계 정당들은 더 이상 분배의 문제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 이를 눈치 챈 유권자들, 특히 전통적인 민주당계 정당 지지자들이, 언제 갑자기 보수 정당으로 향하는 '놓친 집토끼'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