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동안 진행되는 카이스트 금융연수에서 수업 전 숙제를 내주었다.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이었는데, 그 동영상 목록 중에는 한스 로슬링의 TED강연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스 로슬링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팩트”를 전달하는지를 잘 아는 분이었다. 소득과 수명 간 상관관계를 나라별로 표시하고, 연도별로 도표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생동감 있게 보여주었다.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오늘날 세계 기대 수명은 70세에 이르렀다.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우리가 세상을 많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 두 번째는, 데이터에 따르면 세상은 생각보다 괜찮아지고 있다는 것. 안심하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세상을 마냥 비관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흔히 아프리카를 못 사는 나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전 식민지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착각하지만, 아프리카는 몇몇 내전이 있는 나라를 제외하고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팩트를 놓친다면 우리는 눈앞에서 블루 오션을 놓치는 꼴이 된다.
사람들의 이러한 편견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뇌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일하고 싶어하고, 기존의 생각을 바꾸는 데에는 어느 정도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한스 로슬링이 수많은 강연단에 섰지만 아직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은 이유다. 나 역시 이번 기회로 진정한 팩트를 알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편견이 가득한 나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언론이 전하는 데로 받아들이지 말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도표에 의존하기 위해 내 뇌의 긴장을 놓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