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우주인이 나왔다지만 아직(?)까지는 남의 동네 일처럼 생각되는 우주개발. NASA 하면 우주선 띄워서 천체사진이나 찍고 화성 토질이나 연구하는 단체가 아닐까 싶었던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히든 피겨스>라는 영화 때문이었다. 영화는 수학 천재, 프로그래머, 엔지니어인 흑인여성 셋이 NASA 최초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되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치열했던 우주개발경쟁, 우주궤도 비행에 대한 실험과정을 보면서 도대체 NASA는 우주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우주를 통해 뭘 하고 싶은건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책은 NASA의 입문서 정도 되는 것 같다. 챕터 간 호흡이 짧고 스토리텔링이 훌륭하다. 한 마디로 재밌다. NASA의 태동은 어쩌고 저쩌고로 시작했다면 그저 지루한 미시사 정도로 그쳤을 책이지만, "우주복은 12겹으로 만들어진 127km짜리 화학물질 덩어리지만 우주에서는 깃털처럼 가볍다"라고 시작하니 그 다음장이 궁금해질만하다. "그래서? 그 우주복입고 우주가서 뭐하는데?" 물음표가 따라올만큼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책 자체는 NASA를 통한 미국의 우주개발 성공기라 남의 동네 자랑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남의 동네에서 우주를 연구하고 싶은 사람, 남의 동네를 견학가고 싶은 사람, 우리 동네에서 우주개발의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 모두의 근육을 탄탄하게 만들어줄 보조제는 될 수 있을 듯하다. 뿐만 아니라 우주와 달, 우주비행사, 태양계 등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인에게도 허들없이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다. 추운 겨울, 따뜻한 전기장판에 배를 깔고 누워서 귤 까먹으며 읽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