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국민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화가이다. 전세계를 여행하며 수많은 명화를 감상했고 그 느낌을 함께 공유하려고 글을 썼다고 한다. 나는 회화를 전공하기를 앙망하는 예비고 1 딸이 있다. 그 딸과 함께 서양의 명화들을 감상하며, 그것이 주는 느낌과 행복을 공유하고자 이 책을 일게 되었다.
특히 저자는 노동의 고단함, 노화가 주는 허무감, 죽음에 대한 두려움, 욕망을 해소할 수 없는 사회의 장벽, 시대와 계급구조의 한계를 보편적 인간의 목소리로 예술작품에 녹여져 있는 것을 해석을 통해 찾아내고 그 불안함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는 노력을 찾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이 책을 쓴 거 같다. 예술적 체험은 누군가의 삶의 경험이 결국은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것을 느끼는 경험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몽상적 회화 스타일의 풍경화를 좋아하는데, 모네가 그린 생라자르역 그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모네는 아직 젊은 청년이었고, 파리는 과학문명과 기술의 발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넘쳐나는 1870년대였다. 어찌 보면 지금은 유럽 어딜가도 흔히 보는 오래된 큰 기차역을 뭉게 그린 그림이지만, 철골구조와 거대한 스케일, 기차에서 내뿜어지는 과장된 연기 모습을 보면, 당시 승차감 나쁜 마차가 운송수단의 주류를 이루던 시절, 기차와 거대한 기차를 품은 웅장한 역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될 만한 분위기를 전해준다. 파리지앵이 처음으로 경험한, 아니 파리지앵이 되자마자 처음으로 경험한 근대의 산물인 생 라자르 역에 받은 그 흥분과 당시의 분위기를 뛰어나게 묘사해 주는 그림은 백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한 때 나도 미술을 사랑했던 순수 청년이었는데, 지금은 늙고 피곤하고 할 일이 많은 중년이 되었다. 그림탐닉을 통해 조금이나마 내 낡은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