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사치, 인간의 강렬한 욕망으로부터 자본주의가 태동되었다!
좀바르트의 사치와 자본주의를 단 한줄로 요약하는 말이다.
경제학도인 나는 언제나 자본주의를 둘러싼 철학적 논쟁에 관심이 많았고, 사치와 자본주의를 야심차게 집어 들었다. 현대적인 소비 사회에서 경제활동의 근간이 되는 것이 인간의 욕망에 의해 추구되는 경쟁과 어찌보면 불필요할지도 모르는 과잉 소비라는 개인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좀바르트가 과연 이러한 나의 생각을 어떻게 철학적으로 그리고 실증적으로 증명해 나갈지에 대해 큰 기대를 하였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경제학자들은 주로 생산에 기반하여 이론을 전개한다. 고전파 경제학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에 근거하여 경제 이론을 정립해 나갔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당시 사회에서는 물품, 특히 생필품의 수요는 넘쳤으나 공급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공급을 하게 되면 당연히 수요는 언제나 차고 넘치게 되어 있었다. 때문에 경제학의 연구 대상은 당연히 소비가 아니라 생산에 있었음이 자명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좀바르트는 이렇게 누구나 받아들일 법한 생산-공급중심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뒤집고 오히려 자본주의가 사치적인 소비로부터 태동하였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매우 다양한 역사적인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이루어지는데 수백년간의 자료를 수집하여 읽고 분석하여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한 그의 열정과 박식함이 놀랍기만 하다.
그의 혁명적인 발상은 대부분의 유명 경제학자들이 제시하는 수학적 공리로 정리되기 어려움이 있고 고급창녀와 정부 등 인간의 성적인 욕망과 결합하여 다소 급진적인 주장을 하고 있어 주류 경제학자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온갖 수학 공식과 잘 다듬어진 주류 경제학이론으로 굳어져 있는 나의 머리 속을 한번 휘젖고 경제사상과 철학, 역사와 인간의 심리가 결합되어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기에는 충분하였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워낙 옛날 자료들을 방대하게 나열식으로 인용하고 있어 책이 다소 지루해지고 글을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으나, 이러한 방대한 자료가 제시되어야 다소 급진적인 이론에 대한 예상되는 반론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해는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