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30
김상희
우리는여전히삶을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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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는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 소비주의, 그리고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은 사회심리학적 에세이입니다. 이 책에서 프롬은 우리가 현대 문명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진정으로 삶을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러한 질문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불러일으키며, 인간 본연의 가치와 행복을 재발견하도록 독려합니다.
프롬은 이 책에서 인간의 삶과 존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소비주의와 물질주의라는 현대 사회의 맥락 속에서 풀어냅니다. 그가 지적하는 바에 따르면, 우리는 오늘날 소비와 소유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개인의 가치와 행복이 더 많은 재화를 소유하고, 더 많은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이 현상은 결국 인간을 본연의 존재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프롬은 이러한 소비주의적 사고방식을 ‘소유 양식’이라고 부르며, 이는 단순히 물질적인 소유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지식, 권력 등에까지 적용되는 현상임을 설명합니다. 이 ‘소유 양식’은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진정한 행복과 사랑을 잃어버리게 만듭니다.
반면 프롬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존재 양식’을 제시합니다. ‘존재 양식’은 소유와 소비를 통해 자신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그는 이러한 존재 양식이야말로 인간이 본래적으로 지니고 있는 능력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합니다. 존재 양식의 삶은 사랑, 창의성, 그리고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는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본질을 되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프롬이 말하는 ‘사랑’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합니다. 그는 사랑을 모든 인간 존재의 핵심으로 보며, 우리가 진정한 사랑을 통해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사랑은 소유와 지배의 욕망에서 벗어나, 타인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프롬은 삶을 사랑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단순히 즐거움이나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긍정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프롬은 현대 사회가 가진 비인간화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오늘날의 사회 구조는 개인을 하나의 부품처럼 대하며, 끊임없이 경쟁하고 효율을 추구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간은 점차 기계처럼 행동하고, 자신의 내면과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프롬은 이러한 비인간화의 결과로 현대인들이 느끼는 소외감, 고독, 불안감을 설명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과 진정으로 연결될 수 있는 존재 양식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프롬의 통찰이 상당히 예리하고 현실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단순한 경제적,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인간 본연의 욕망과 심리, 사회 구조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특히, 현대 사회의 물질주의와 경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 즉 인간성, 연대, 사랑, 자유 등에 대한 그의 통찰은 우리로 하여금 현재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프롬은 철학자이자 심리학자답게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하며, 이를 통해 독자들은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는 단순한 사회비평서가 아닙니다. 프롬은 현실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는 삶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되묻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안내합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소유와 소비가 아닌, 존재와 사랑의 가치에 기반한 삶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특히, 프롬이 강조하는 인간성 회복의 중요성은 오늘날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기술과 정보가 빠르게 발전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점점 더 단절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자칫하면 자신을 잃어버리고 기계적인 삶을 살게 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프롬이 제시하는 인간 중심의 가치관과 사랑의 철학은 우리에게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는 길을 제시해 줍니다.
결론적으로, 에리히 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는 현대 사회의 물질주의적 가치관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성의 의미를 되찾고, 진정한 삶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큰 영감을 주는 작품입니다. 프롬의 통찰력 있는 분석과 철학적 사유는 독자들로 하여금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여정에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