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30
윤정길
모든 삶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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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정체성, 감정,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저자는 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며, 인공지능이 인간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인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책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바로 "감정"이다. 저자는 인간 감정의 독특성과 그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감정이 인간 본성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감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인간의 감정적 기능이 기계에 의해 모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계산을 넘어서, 감정적인 반응을 모방하고, 인간과 감정적으로 교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 비서는 인간의 목소리 톤과 단어 선택을 분석하여 그들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반응을 보인다. 저자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감정적 교류의 본질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특히, 로랑스 드 빌레르는 AI가 단순히 감정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과 감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 인간은 본래 감정을 통해 타인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한다. 그러나 AI와의 감정적 관계는 본질적으로 인간 관계와 다르다. 왜냐하면 AI는 실제로 감정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AI와의 관계에서 인간적인 감정과 유사한 경험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과연 진정한 감정적 유대라고 할 수 있는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AI와의 상호작용이 인간의 감정적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이 책의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윤리적 판단에 미치는 영향이다. AI는 점점 더 많은 결정-making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 법률,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판단이 인간의 판단보다 더 정확하고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AI의 판단이 윤리적으로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일 뿐이다. 윤리적 판단은 데이터 이상의 것, 즉 인간의 감정, 직관, 도덕적 고민을 포함한 복합적인 과정이다. 저자는 AI가 이러한 복합적인 과정을 이해하고 반영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인간의 윤리적 책임을 결코 AI에 전적으로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로랑스 드 빌레르는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자율성에 미칠 영향을 강조한다. AI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결정을 AI에 맡기게 될 위험이 있다. 이는 인간의 자율성을 약화시키고, 우리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인간의 자유를 증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우리의 자유를 제약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AI가 인간을 대신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되면, 우리는 그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게 되고, 나아가 도덕적, 윤리적 고민을 덜 하게 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간 사회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우리가 인간다움을 잃게 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로랑스 드 빌레르의 글은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과 논리적인 분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녀의 문체는 결코 난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쓰여져 있다. 그녀는 철학적 개념과 기술적 사실을 조화롭게 엮어내어, 복잡한 문제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그녀는 단순히 인공지능의 문제점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제안한다. 그녀는 AI와의 상호작용에서 인간이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술이 인간성을 위협하지 않도록 윤리적,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삶은 흐른다는 우리가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어떤 미래를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성찰을 담고 있다. 저자는 기술 발전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지 않으며, 그 속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진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감정과 윤리적 판단을 지키고, 기술을 도구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 책은, 기술적 발전과 인간 본성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는 중요한 철학적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