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5
이상준
대한민국 금융빅뱅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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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국 금융”을 한자로 썼다. “빅뱅 시나리오”는 한자가 아니어서 한자로 쓰지 못한 것 같다.
제목에 한자를 사용함으로써 세가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이 책은 금융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으로 쉬운 책이 아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이해와 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고민을 담고 있다.
둘째, 거시적 담론을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 금융을 다루고 통일한국에 대비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 측면의 하부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빅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은행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데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 나름 신뢰를 주고 있다. 많은 데이터와 근거자료 등을 통해 신뢰를 주고자 했다.
저자 서정의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후 조사국, 통화정책국 및 금융안정국에서 근무했다. 이후 Texas A&M University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9~12년 중에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대표부에 파견 근무면서 유럽중앙은행(ECB), ING, BNP Paribas 등 많은 금융기관 관계자들과 만나고 유럽의 금융시스템을 파악하고 연구했다.
저자의 이런 이력이 이 책을 쓸 수 있게 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한국과 유럽 금융시스템 차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한국 금융시스템의 취약한 면을 인식하고 문제점, 원인, 해결방안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이해와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고민한 저자의 산출물이다. 저자는 통일한국에 대비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 측면의 하부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의 금융빅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통일한국까지 염두에 뒀다는 저자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 시작이 은행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데 있다고 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째,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이다. 저자는 그 문제점은 예대금리차가 크다는 점이고 이는 금융비용을 높이고 민간소비를 제약하여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둘째, 이런 문제점의 원인은 은행과점으로 인한 도덕해이와 성장잠재력 훼손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은 두 가지 측면의 제약에 동시에 봉착하고 있어 금융지원을 통해 실물경제 측면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뒷받침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일반은행의 현실 안주 및 위험회피 성향으로 인해 성장성 높은 기업이 필요자금을 적기에 충분히 공급받지 못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일반은행의 기업대출을 양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국가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특수은행이 담당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도덕해이로 인해 국가 차원의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수 있다. 즉, 은행산업 과점 구조 고착화-> 일반은행의 위험 회피-> 특수은행 기업대출 확대->특수은행 도덕해이 증대의 흐름으로 금융시스템이 실물경제 측면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셋째, 이 문제는 은행 정체성 재정립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은행 정체성 재정립은 규모나 소유구조와 관계없이 예금 및 대출 업무를 취급하는 금융기관을 모두 은행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규모 등과 관계없이 모든 은행에 대해 동일한 업무범위와 금융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금융시스템을 운영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개념은 금융안정과 금융효율이다. 금융효율을 희생하면서 금융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어려운 일은 가능한 한 민간 경제주체의 창의적인 금융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금융효율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금융안정 기반을 제도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금융의 문제점과 원인, 해결책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지 논의가 다양한 측면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단면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논의가 확장되면 분량이 방대해지고 산만해졌을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을 단적으로 명쾌하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