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0
배경호
오은영의화해
0
0
오래전부터 각종 미디어를 통해 오은영박사의 삶에 대한 가치관을 흠모해왔었다. 마침 책으로 출간되어 필담으로나마 대화할수 있게 되어 무척이나 기뻤다. TV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는 방송인을 대상으로 고민을 들어주며 해결책을 제시한다. 씩씩하게 보이는 어른일지라도 일상생활에서 힘겹고 지치기 마련이다. 상담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에서 원인을 찾다 보면 매번 놀란다. 상처를 꽁꽁 숨겨도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나고 있으니 말이다. <오은영의 화해>에서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되짚으며 과거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면서, 상처받고 미워했던 자신과의 화해하며 새롭게 시작하기를 권해준다.
자신에 대해 고민하면 자연스레 부모까지 연관된다. 부모면서 도대체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에 휩싸일 때, 어른다움과 부모다움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만났을 뿐이라고 말해준다. 부모로서 불편한 감정을 처리하지 못하면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관심과 동정을 요구한다. 특히 갈등을 해결하거나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자기중심적 사고를 보인다. 저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부모의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고, 여기서 벗어나면 자식은 상처를 받고 평생에 영향을 준단다.
부모로부터 조건 없이 수용 받은 경험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는 부분이 흥미롭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아이에게 요구가 아닌 조건 없는 수용과 수긍이 중요하고, 자존감까지 영향을 미친다. 진정한 자존감은 타인의 혹독한 평가, 스트레스, 상처, 좌절감, 배신감 등에도 흔들리지 않는단다. 해결되지 않는 갈등은 어린 시절 중요한 관계에 있던 사람들과의 경험이 반복되며 내면에 자리 잡는다니 놀랍다. 더군다나 부모로서 자녀를 양육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만다.
어릴 적부터 싫어했던 부모의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육아에 임하다 보면 힘들다. 다정한 부모가 되고픈 마음에 간섭하는 행동은 아이의 주도성을 잃는 것처럼 잘못된 양육방식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아이의 불안을 높이는 요인으로 부모의 죄책감을 지목한다. 아이가 싫어하거나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등의 두려움은 아이에게 꼭 가르쳐야 하는 부분을 놓치게 만든다고 우려한다. 만 3세 이상부터는 옳은 것과 그른 것, 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한계 설정과 함께 일관되게 명확하게 가르쳐야 한다.
아이가 ‘엄마, 미워!’라는 감정 표현을 할 때, ‘우리 OO, 많이 속상하구나’라는 감정으로 받아주지 않는다는 부분이 공감됐다. ‘뭐가 밉긴 미워?’부터 ‘진짜 엄마를 미워하나?’라고 감정을 생각으로 잘못 읽는 부모들이 생각보다 많다. ‘감정’을 의도가 담긴 ‘생각’으로 받아들이면 부작용이 발생된다. 아이가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사실과 생각의 옳고 그름을 따지면서 생각을 고치려고 설명하고 설득하기 때문이다. 단, 아이에게 명확하게 지시할 때는 핵심만 말하고 말수를 줄여야 한다.
또한 <오은영의 화해>에서는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을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감정을 인정하고 부모와 대화하는 자체가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시도이며, 나를 온전하게 보듬으며 살아가라고 위로한다. 성인이라도 씩씩하게 인생을 걷는 도중에 돌부리에 넘어진다. 바로 어린 시절부터 꼭꼭 숨겨왔던 상처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부모의 상처에 비롯된 일상 속의 상황들을 책 속에서 만나보며 자신에게도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
오은영의 화해 책내용중 47페이지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매우 인상적이었던 그 내용을 인용해 본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지만,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자신을 찌르는 가시를 안고 살아간다. 우리 중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부모와 자녀, 그 절대적인 관계 속에서 때론 미움, 고통, 원망, 그리고 죄책감이 자라나 내면에 해결되지 않은 상처로 남기도 한다. 그 상처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유도 모르는 채 삶의 고통과 버거움으로 힘겨워한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에 대한 나의 감정을 인정하고, 또 다양한 욕망을 가진 존재가 나라는 것을 받아들여 진정한 나를 알아차려야 이후 다가올 수많은 나날을 안정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은 지면에 정신 상담을 연재하며 쏟아져 들어온 수많은 아픈 사연과, 어찌할 바를 몰라 저자를 찾아와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쏟아냈던 사람들의 고통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깊이 분석하고 고뇌하며 연구한 최선의 조언을 담고 있다.
누구나 인생은 쉽지 않다고 느끼지만,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모호함과 두려움을 경험한 사람은 유독 살아가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너무 힘들어 주저앉은 당신에게, 충분히 지쳐 있을 당신에게, 저자는 나를 알아차리기 위해 아주 조금만 힘을 내어 보라고 말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그때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다르다. 이 책은 그때 상처받았고 지금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당신의 내면에 힘이 있음을 믿어 보라며 따뜻한 위로와 함께 명쾌한 조언을 건넨다.
우리는 우리를 모른다, 우리는 매일 길을 잃는다
우리는 자주, 어쩌면 매일 넘어진다. 때로는 아주 사소한 순간 주체할 수 없는 아픔이나 분노가 차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그 상황이 정말 그렇게 슬프거나, 그렇게 분노할 일이었을까? 무엇이 내 마음의 뿌리를 그렇게 마구 흔들어 버린 걸까? 당신은 그 순간 왜 그리 아팠던 걸까? 왜 다른 환경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걸까?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감정의 폭발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일까?
이 책은 우리가 잘 몰랐던, 어쩌면 모른 척하고 싶었던 오랜 아픔에 대해 다룬다. 스치기만 해도 아픈 그 상처를 직면하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내 안의 오랜 상처가 건드려지거나, 내가 미처 몰랐던 내 생각이나 행동의 패턴을 읽게 되기도 한다. 그러한 아픔을 바라보게 안내하는 이유는, 그것이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는 당신이 위기마다 어떻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지 명쾌하게 안내한다. 하지만 그 전에, 당신이 당신 자신을 직면할 용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관념적이 아닌 일상생활에 바로 적용하고 느끼고 반성할수 있는 너무나 유익한 구성의 책내용이었다, 저자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