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6
정성득
무엇이옳은가-궁극의질문들우리의방향이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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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어떤 시점에서 봤을 때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판명될 현재의 행위 중에도 좀 더 좋은게 있고, 또 좀 더 나쁜게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법률은 '어떤 것'을 허용하고, 당신 주변의 모든 사람은 그 '어떤 것'을 지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곧 당신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 행위를 해야 한다거나, 설령 그렇게 행동한다 해도 의도적으로 잔인하게 구는 것까지 허용된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영웅적으로 행동하거나 그런 선택을 한다는 건 과거나 지금이나 불가능하다. 그러나 절대적 개차반들은 당연히 고립시켜야 함은 물론, 그런 이들이 '뭐 어때,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했는데' 따위의 변명을 입에 올리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올바르지 못한 제도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서 극단적으로 잔인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비판을 통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이들이 전체 중 지극히 소수임을 기억하고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가져야 한다.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변화의 선두에 서고 싶다면 버려야 할 태도가 있다. 경멸스러운 이들과는 두 번 다시 만나거나 대화하지 않겠다는, 혹은 그들에게 간결한 표현으로 모욕만 줄 뿐 말을 섞지 않겠다는 태도가 그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인간성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도록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서로를 파괴하고 지구 전체를 말살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상대를 향한 고함과 비난을 자제할 필요도 있다. 윤리, 즉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관행들은 앞으로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을 집단적으로 가져야 한다.
이 순간 사회에는 '복수의 천사들'이 너무 많은 데 반해 '간디들'은 아무리 찾아야 잘 보이지 않는다. 훗날 미래 세대에게 비판을 받을 것이며 심지어 우리 중 가장 각성되고 옳은 이들조차도 그 세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리라 깨닫는 것이 우리가 내디뎌야 할 첫 걸음이다. 기술은 강력한 촉매제고, 불가역적인 변화를 한 단계씩 높여간다. 이 변화는 심지어 윤리의 차원에서도 일어난다. 윤리는 우리가 배우고 적응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변한다. 모든 사람이 동시에 각성해서 올바른 존재가 될 순 없다.
그러니 우리의 토론에선, 또 서로를 대하는 우리의 방식에선 특정 시대의 법률이나 종교적인 잣대에 얽매이지 말자. 대신 수수함, 관대함, 공감, 공손함, 겸손함, 연민, 예의 바름, 진실함 등의 여러 핵심 원리를 가운데 놓고 판단하자.
이것들이 바로 우리가 윤리적이기 위해, 즉 조금이나마 더 '올바르기' 위해 궁극적으로 발견해야 하는 덕목임과 동시에 우리의 인간성과 시민사회를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가치들이다.
우리는 우리가 제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의미를 추구하고, 더 위대한 대의와 목적을 신봉하려 한다. 인류의 시간이 처음 시작된 이래 줄 곧 그랬다. 우리는 바위, 물, 식물, 동물 그리고 다른 여러 신에 의미를 부여했다. 잠재적인 외부의 적을 공동으로 가진다는 것은 목적과 공동의 과제, 두려움, 가능성 등에 대한 전세계적인 차원의 감각을 발생시킨다. 바로 이 지점에서 모든 인류가 하나가 된다. 우리는 하나가 되어 상대를 바라 본다. 어쩌면 우리는 우주 폭발과 지구방어 계획뿐 아니라 묵시록을 설파하는 예언자 무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생명체와 평화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윤리적 법률과 조건 들만 아니라 전혀 다른 기술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양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작은 생태계 안에 갇혀 있을 때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말이다.
그리고 그 다른 존재들이 가진 이런저런 믿음과 관습은 궁극적으로 이 세상의 판도를 완전히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빠르게 개발되면 윤리는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대한 거의 결정적인 전망일 듯 하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에서부터 기후재난 시대의 일회용품 사용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맞닥뜨리는 온갖 윤리적 딜레마들을 종횡무진 섭렵한다. 우리가 윤리적 판단에서 고려해야 할 다양한 논점들을 대화하듯 제시하고, 구체적인 판단 근거들을 조목조목 일러준다. 덕분에, 우리가 현대사회를 상식적으로 판단하며 살아가는데 유용한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