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30
장현우
망원동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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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불편한 편의점>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작가님에 대해 관심이 생겼는데요, 작가님의 또다른 유명한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아, 이 소설, 우선 너무 재미있습니다.
저는 소설의 매력을 결정짓는 건 이야기뿐 아니라 캐릭터의 힘도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명 '망원동 브라더스' 네 사람은 너무 매력이 넘칩니다.
아니, 사실 내 옆에 저 브라더스가 있다고 하면 그저 재미있게 볼 수만은 없겠다 싶지만, 소설 속에서 만나 아름다운 결말까지 보게 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분명 개성있고 매력적인 츤데레들이예요.
망원동 옥탑방에 살고 있던 만화가 오작가에게 어느날 갑작스레 김 부장이 찾아옵니다. 그는 아내, 딸과 함께 캐나다로 갔지만 그 곳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자 귀국해 버렸고 당장 기거할 곳이 없어 만화 출판사의 영업부장이었던 시절부터 알고 지낸 오작가의 옥탑방으로 오게 된 거였지요. 그렇게 8평 남짓한 좁은 옥탑방에 둘이 살게 되나 했더니, 어느날 옥탑방에 싸부가 들이닥칩니다.
한때는 유명한 스토리작가였던 싸부를 오작가는 한 문화센터 스토리 작법 수업에서 알게 되었는데요, 얼마 전 돌잔치에서 만난 그가 오작가의 옥탑방에 조용히 몸을 누이기 시작한 거죠.
아,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마트 개업 이벤트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시절 후배 삼척동자까지 옥탑방에 모여들고, 그렇게 좁은 옥탑방은 덩치 큰 남자 넷으로 북적거리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이 네 사람은 사회에서 볼 때는 루저일 수도 있어요. 그들을 보면 월세를 제때 못내서 보증금에서 깎이고 당장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때도 있고, 잘해 보겠다고 했지만 시류를 읽지 못해 친구에게 속아 돈을 날리게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돈벌이가 시원찮은데 허구헌날 술을 마셔서 부인에게 이혼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공시생이라고는 하는데 공부는 언제 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죠.
그런데 오작가가 참 사람이 좋아요.
반백수나 마찬가지인 그들을 다 품고 적응해 나가니까요.
그들 역시 어떨 때는 한심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들 나름대로 재기를 꿈꾸며 도전하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작가님이 구사하는 재치있고 뼈 때리는 문장들도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망원동이 급 궁금해졌어요.
책을 읽으면서 옥탑방의 모습이 그려지고, 망원시장, 한강 둔치, 17번 마을버스도 계속해서 머릿속을 뱅뱅 맴돌고 있습니다. 하하하.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저도 서울오기 전에는 옥탑방에서의 자취 생활을 꿈꿨어요. 드라마에서 보면 옥탑방에서 자취하는 청춘들이 엄청 푸릇푸릇하고 생동감 넘쳤잖아요.
그런데 먼저 서울로 올라와 옥탑방에서 살고 있던 동기 언니가 여름에 덥고 겨울엔 춥다며 극구 말리더군요. 그래서 제대로 된 방을 구하기 전까지 고시원에서 쪽잠을 잤던 시절도 있었어요.
아, 옛날 생각하니 망원동 브라더스가 더 재밌고 짠하게 느껴지네요.
마지막까지 따뜻하고 훈훈한 마무리 너무 좋았어요.
특히 저는 막장으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막장으로 풀어내지 않은 삼척동자의 가정사가 좋았습니다.
망원동 옥탑방에 모여 어쩌다 브라더스가 된 네남자의 이야기는 너무 재미 있었다. 빈대, 바퀴벌레, 기생충 같은 술고래에 염치없고 대책없는 남자가 동해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그 장면부터 뭔가 막 막혀있던것이 뻥 뚫리는 느낌이랄까. 읽도 있으면 눈이 말아진다 그림이 그리고 싶어 근질거리는 손, 새벽의 횟집, 된장에 찍은 당근, 투박하고 두툼하게 썰려 나온 우럭, 회를 먹고 소주를 먹고 담배를 피워대고 새벽까지 이야기에 취해 동해에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는 네남자 그때부터 그들이 함꼐 지지고 볶는 몇개월이 판타지로 변했다.
이책은 표지가 수채화풍이 아니다. 오히려 조금 촌스러운 삼류 소설 표지에 가깝다. 그런데 표지에 세계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란다. 세계문학상은 국제적인 상인가 했다. 찾아보니 세계일보가 2005년에 만든 문학상이다. 결국 표지는 촌스러우나 내용은 그렇게 형편없지 않은 책인 듯 싶었다. 소설은 자고로 쉬워야 하는데 이소설은 쉽다. 저자의 의도니, 복선이니, 철학이니 하는 따위는 없다. 이야기 전개도 복잡하지 않다. 그냥 6월부터 11월까지 시간 순서대로 전개된다. 물론 중간에 인물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하여 과거로 잠시 돌아가는 부분이 있으나 그리 길지 않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