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05
이상곤
공부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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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 누구나 한 번쯤 공부에 대한 애증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이유는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 다르다. 그만큼 개인 사정에 따라 공부의 목적과 방법,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공부 방법을 하나로 규정할 수 없을까. 만약 모두에게 적용할 수 큰 틀이 있다면 공부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함께 공부했는데 친구는 성적이 좋고 나는 성적이 나빴던 경우를 익히 보아왔다. 이런 문제에 대해 지능의 차이가 아니라면 공부에도 분명히 요령이 있을 것이기에 공부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공부의 요령을 매우 늦게 깨달았다. 어릴 때의 방식은 교과서 정독 후 지문 파악, 예제 풀이, 기출문제 풀이, 재학습을 반복했었는데 결과는 시간만 길어지고 좋지 않았다. 당연히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늘 시간에 좇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가서 기출문제 풀이와 해설을 통한 정리, 개념잡기, 교과서 참고, 재학습, 최종 정리 등으로 방식을 바꾸었다. 알고 보면 같은 내용인 듯 보이지만 시간이나 집중력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결과는 당연히 좋았다.
이와 같이 공부의 순서만 바꾸었을 뿐인데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문제는 지능이 아니라 공부의 요령, 즉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다시 말해 내가 지금 하는 공부가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수능시험인지, 자격증 시험인지, 공무원 시험인지에 따라 공부 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목표가 다르니 접근 방식을 다르게 하는 것인데 여기에 더해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있느냐는 환경 문제가 더해지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더욱 넓어진다. 그러나 이 책 『공부의 본질』을 읽어보니 이것도 정답은 아니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이 성취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데 무식하게 달려든다고 성과가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책의 저자는 이윤규 변호사이다. 그는 원하던 법조인이 되기 위해 법학대학에 진학했지만 게임 때문에 제적을 당했다. 그리고 다시 도전하여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을 1차는 1개월 반 만에 합격하였고, 2차는 7개월 만에 합격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는 이것을 "자기만족에 그치는 공부가 아니라 결과가 만족스러운 공부여야 한다. 그래서 그저 열심히 공부하는 수험생이 아니라 영리한 합격생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바꿔 말하면 공부한다고 책상머리에 앉아 딴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조건 책만 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요령을 갖춰서 필요한 것을 취하고,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보통 사람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과연 책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차례와 함께 간략히 알아보겠다. 책은 총 9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 추진력은 '목표에 달려 있다 / 2. 공부의 본질을 꿰뚫는 발상의 전환 / 3. 적게 공부해도 성과는 좋은 공부 프로세스 / 4.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시간 관리의 기술 / 5.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집중의 기술 / 6. 흔들리는 멘탈을 잡아주는 마음 관리법 / 7.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정리·인출법 / 8. 아직 바꿀 수 있는 기회, 점검의 기술 / 9. 마직막에 누가 완성도 있는 결과를 만드는가'
차례를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은 공부란 목표를 가지고,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 아닌 다른 프로세스로 접근해야 한다(만약 실패했었다면)는 것이다. 여기에는 시간 관리가 필요하고, 집중할 줄 알아야 하며, 마음을 관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아웃풋이 가능해지고, 최종 점검 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아주 간단한 것 같다. 문제는 위의 내용을 어떻게 적용하느냐다. 남들이 할 때는 아주 쉬워 보이지만 내가 하려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저자의 방식을 예로 들면 "나는 이처럼 양창수 전 대법관의 이야기에서 공부의 방향성을, 파인만의 일화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배웠다. 그래서 나의 모든 공부법은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조합했다. 책을 읽기 전에 전체적인 틀을 잡아주는 짧은 논문이나 책을 빠르게 읽고, 바로 문제집을 통해서 시험에 나올 부분을 확인한 후에야 교과서를 정독했다. 문제를 통해 출제된 지식이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지식이기 때문이었다." 120쪽
목표가 피상적이면 실행도 막연하게 진행되기 마련이다. 구체적 목표를 향해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면 즉시 실행에 옮겨야 하고 이것을 우리는 '용기'라고 부른다. 이마저도 없는 상태에서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한다는 생각은 위험천만하다. 마음이 정해지는 단계를 지나면 당장의 현실이 아닌 넓게 보는 안목을 지녀야 한다. 흔히 하는 말로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는 말이다. 나무가 단기적 목표라면 숲은 최종 목표에 해당한다. 최종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돌부리 하나에 걸려 넘어졌다고 전체를 포기한다면 그야말로 작심삼일에 걸리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위는 최종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이럴 경우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뒤에 따라올 열매를 생각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위안 삼을 수 있다. 이런 마음 관리법을 통해 공부를 시작하게 되는데 실행 단계는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 이제껏 내가 알고 있던 것 또는 믿었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교과서 정독이 아닌 기출문제 해설부터 공부할 수도 있고, 공부 프로세스를 새로이 구성함으로써 시간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시간 관리와 집중의 기술이다. 흔히 말하는 공부법 중 '1-14-30'이라는 것이 있다. 복습 주기를 가리키는데 사람이 망각하는 시간에 비춰 장기 기억을 하기 위한 요령이다. 이것을 변용하면 '1-4-7-14'가 된다. 주기를 보다 짧게하여 집중도를 높이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복습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고 오래 지속되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야 할 것 같다. 문제는 기억은 곧 반복이라는 것이다. 다만 반복을 하되 잘 정리해서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묶음으로 기억하는 것이 좋고, 묶음에는 풀 수 있는 열쇠인 '기억의 방아쇠'가 필요하다. 내가 필요한 순간에 트리거를 통해 언제든 정보를 쉽게 아웃풋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표시해둔 부분들은 집에 돌아와 자기 직전 반드시 모두 체크를 했다. 머리만으로는 공부가 잘되지 않는 힘든 시간에는 몸을 움직임으로써 몸과 머리를 자극하고,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때, 그러나 너무 미루지 않은 타이밍에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을 처리하는 것이 시간 관리와 지식 습득의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135쪽
『공부의 본질』에서는 일련의 과정을 '하이퍼 러닝(hyper learning)'이라 표현한다. 기존의 전형적인 배움의 방법을 넘어서는 새롭고 근본적인 접근법이라는 의미이다. 내용 설명을 위한 저자의 실전 경험과 다양한 공부법의 비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책에서 저자도 누누이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무조건이라는 것은 없다. 아무리 유명한 강사라 할지라도 100% 합격을 위한 문제 출제는 어렵다. 그래서 다양한 기출문제를 찾아야 하는 것이고, 그 몫은 오로지 자신이 해야 한다. 정리를 통해 보다 쉽게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덤이 된다. 책을 읽을수록 마음의 부담감이 줄어든다. 내가 부족했던 것을 세세히 짚어주어서 인지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느낌만으로 끝나서는 읽은 시간이 아까울 것이다. 책을 읽는 이유도 무언가 얻기 위함이니 본질을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오늘 소개하는 책 『공부의 본질』에서 자신만의 공부의 본질을 찾게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