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6
이예림
역행자 [절판 주문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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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자.
제목부터 나를 뜨끔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제목 밑에는 작가의 말이 적혀있다.
"절대 읽지마라! 죽을때까지 순리자로 살고 싶다면!"
안정적인 공공기관에서 좁은 네트워크 속 정해진 순리대로 살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어서 나를 읽어봐"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원래 나는 자기계발서에는 부정적인 편이었다.
자기계발서에는 누구나 할수 있는 모호한 이야기만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나를 불러세웠던건, 내가 내 삶이 잘 못 돌아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딘가 아픈 곳이 있다면 그 병에 맞는 약을 처방받듯이, 인생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자기계발서만큼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행자는 단순히 경제적 자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운명과 본능에 따르지않고, 주체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채운다면, 돈, 시간, 운명과 같이 자신을 얽매이는 것들로부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부족했던 자신의 옛모습에서 현재의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그가 느꼈던 성공의 법칙들을 소개한다. 이를 7단계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다.
1단계 자의식 해체, 2단계 정체성 만들기, 3단계 유전자 오작동 극복, 4단계 뇌 자동화, 5단계 역행자의 지식, 6단계 경제적 자유를 얻는 구체적 루트, 7단계 역행자의 쳇바퀴
투자와 사업으로 안정에 이른만큼 사실 이 책은 투자가 혹은 사업자 마인드로 쓰여진 책이다. 물론 월급쟁이 회사원이 돈, 시간,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테니 투자와 사업이 저자가 제시하는 자유의 길인 것도 납득할만하다. 공공기관을 다니며 겸업이 금지되어있는 나는 저자가 소개하는 성공가도 중 사업보다는 투자가 자유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 보완하며 자신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 발전시켜나가는 저자의 글은 주로 사업가에 더 가까웠기에, 나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여느 똑같이 유투브로 굴러갈뻔한 나의 주말에 큰 균열을 가져왔다. 이미 이 책을 골랐을때부터 균열은 시작되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인상깊었던 것 중 한가지는, 내가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때가 있다면 그게 혹시 나의 부족한 점을 가리기 위한 자의식 과잉이거나 자기 보호에서 오는 감정이 아닌지 돌아보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나는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데 매우 불편하다.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해 깊게 대화를 이어가려는 사람이 있으면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한다. 이 경우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그 대화가 논리정연하게 이어지려면 그 이슈에 대해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이 정리가 되어있어야 가능한데 사실 나는 사회 이슈에 깊이 생각을 정리하지도, 관심도 없기 떄문에 나의 부족한 점을 들킬까 두려웠던 것이다. 결국 나는 사회 이슈에 대해 무관심하고, 어떠한 의제에 대해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지 않는 것이 바로 내가 부족한 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역행자는 이렇게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다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다. 부족한 점을 마주하게 된 나는 역행자가 될 수 있을까.
역행자 2단계는 '정체성 만들기'인데, 자신을 바꾸고자 하는 이상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설정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다. 나는 '사회이슈에 대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나의 정체성을 설정하고, 그에 맞게 각종 신문과 뉴스를 보며 각 이슈에 대해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본다면 나는 역행자 2단계에 성공하는 것이다. 여전히 순리자 모드가 남아있다고 느껴지는건, 이런게 내가 역행자 2단계로서 해야할 일을 적으면서도 심리적으로는 거부감이 들고 행동하기 싫다는 것이다. 나는 이미 몇가지 측면에서 역행자 2단계를 실천하고 있다. '영어', '풋살', 그림' 등 다양한 취미를 하며 새로운 나의 모습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장벽이 높은 것들이 있고, 장벽이 높을수록 부족한 정도도 심하다는 것이기에 마음을 다잡고 역행자 모드로 돌입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