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31
조해리
정재승의과학콘서트-복잡한세상명쾌한과학(개정증보2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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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정재승 교수는 아마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 중 한명일 것이다. 방송 활동도 활발히 하여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물리학자이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마다 다섯 꼭지씩 총 20개의 작은 글이 모여 있다. 그 중 2부부터 저자의 주요 연구 분야인 복잡계 물리학 관련 내용이 많이 들어 있고, 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랙탈'과 '카오스'의 개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복잡계 물리학에서 쓰이는 '카오스'라는 용어는, 사전적인 의미인 혼돈이 아닌 자연에 본직적으로 내재된 특징 중 하나이다. 어떤 물리 현상을 기술하는 방정신게 선형이 아닌 비선형의 항이 들어 있다면, 초기 조건이 아주 조금만 달라지더라도 이 차이가 엄청나게 증폭된다고 한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대기에 영향을 주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라는, 소위 나비 효과가 카오스 시스템을 잘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용어이다. 일기 예보가 그 예로서, 간단한 비선형 방정식 몇 개로 해당 물리 현상을 기술할 수 있다 하더라도 초기 조건의 민감성 때문에 장기 예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프랙탈'은 예일대학교 수학 교수였던 브누아 망델브로가 IBM에 만들어낸 용어로, 미세한 부분들이 전체 구조와 유사한 구조를 무한히 되풀이 하는 양상(자기 유사성)이다. 실제 인간의 지문, 해안선, 나뭇가지, 조개껍데기 등 우리 주변의 자연에는 이런 패턴이 무수히 많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이런 자기 유사성 구조를 갖는 패턴들은 1, 2, 3차원 등 정수 차원이 아니라 그 중간 소수점 차원을 갖는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카오스 시스템이나 프랙탈 구조가 반영되어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액션 페인팅으로 유명한 잭슨 폴록의 그림에도 자기 유사성을 가진 프랙탈 패턴이 보이고, 심장 박동도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불규칙적이지만 카오스적 양상을 보이며, 많은 변동을 보이는 주식 시세도 그 안에 법익치 존재하며, 클래식 작곡가 바흐의 곡 안에도 음표들의 패턴이 유사한 구조로 되풀이 된다. 그 외 머피의 법칙, 교통의 물리학, 케빈 케이컨 게임, 산타클로스의 물리학 등 복잡계 이외 주제에 대해서도 흥미있는 설명을 이어간다.
'물리학적인 사고와 관점으로 복잡한 사회 현상을 용기 있게 대면해 보아요.'라는 저자의 멘트처럼 이 책은 인간 사회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데 실마리를 제공하는 과학을 설명해주고 이야기한다.
맨 처음 주제인 '케빈 베이컨 게임'은 이제 학계에서는 매우 보편적인 주제가 된 것 같다. 네트워크 이론이라 불리고, 네트워크 분석 툴도 존재한다. '여섯다리만 건너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통념을 실제로 연구했더니 결과는 50다리였다. 이 부분에 에르되스라는 천재적인 수학자는 1500편의 논문을 남겼는데, 그것은 세계 각국 학자 485명과 같이 쓴것이었다. O.J.심슨 살인 사건의 교훈이라는 부제를 가진 어리석은 통계학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이 사건은 O.J.심슨의 전처가 그의 애인과 함께 상해당한 사건인데, 심슨이 범인으로 의심받게 되는 상황에서 그가 피의자임을 증명해 줄 증거물에서 그가 아닐 확률을 말하는 심슨 측의 통계가 엄청난 오류를 범했다는 내용이다. 심슨이 그의 이혼한 아내를 자주 폭행했다는 내용이 증거가 되는데, 심슨 측에서 매 맞는 아내가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에게 살해당할 확률을 예로 들며 심슨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책에서는 아내가 이미 죽었으니 매 맞는 아내가 죽었을때, 그 범인이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일 경우의 확률로 따져야 한다고 했다. 이럴 경우 심슨이 범인일 확률이 엄청나게 올라가게 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궁금할 만한 사회현상을 찾아 실제 과학적으로 그 문제가 어떻게 해소되었는지를 꼼꼼하게 다수의 논문을 통해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과학에 관심있는 일반 사람들이 보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고, 실제로 저자도 전문가들이 아닌 대학생, 청소년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본 책을 집필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