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4
최재호
프로메테우스의 금속
0
0
희귀금속보다는 희토류라는 단어로 가끔 관련기사를 접하게 된다.
희토류는 경이적인 전자기적, 광학적, 화학적 특성을 가진 물질로, 스칸듐, 이트륨, 란탄, 세륨, 프라세오디뮴, 네오디뮴, 사마륨, 유로퓸,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홀뮴, 에르븀, 툴륨, 이테르븀, 루테튬, 프로메튬 등의 17개 금속을 하나로 묶어 지칭하는 용어라고 한다
금속이라고 하던지 흙이라고 하던지간에 이름 자체에 희귀하다는 말을 포함시켜 놨으니 언뜻 생각해도 구하기 힘든 물질이라는 정도는 쉽게 짐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희귀금속이 미중분쟁에서 상대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든지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도대체 어떤 물질이기에 그 정도로 중요한지 궁금하기도 했다
희귀금속은 연간생산량이 아주 적은 편이라고 한다. 철의 1년 생산량은 20억톤이나 되지만, 희귀금속의 생산량은 13만톤에 불과해서 다시 말하자면 철 생산량의 1만 5,000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갈륨의 경우에는 연간 600톤만 생산된다고 하는데, 연간 1,500만톤 생산되는 구리에 비하면 역시 2만 5,000분의 1 정도라고 한다
'약에 쓰려면 개똥도 없다'는 속담이 있기는 하지만, 구하기 어려운 물질이라도 역시 뚜렷한 용도가 없다면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희귀금속에 많은 곳에서 중요한 역활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희귀금속은 깨끗한 전기를 생산하는데 일조한다고 한다. 이 금속은 풍력발전기의 전동기를 돌리고, 태양광 패널을 통해 태양광선을 전류로 바꾼다. 또한, 에너지가 생산되어 최종 소비되기까지 순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상당히 줄여준다. 이로 인해 우리 인류는 에너지 전환과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가 없는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이 외에도 희귀금속은 많은 화학적, 광학적 특성들을 지니고 있고 촉매 역할도 하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녹색기술에 필수 원료로 쓰인다. 예들 들자면, 희귀금속을 사용하면 자동차의 배기가수를 변환기에 붙잡아 둘 수 있고, 작은 전력소비량으로도 전등에 불을 켤 수 있으며, 더 가볍고 견고한 산업용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자동차나 비행기 등의 에너지 효율을 향상할 수 있다. 녹색기술이 적용되었다고 하는 모든 것에는 희귀금속이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희귀금속은 정보통신 분야의 신기술에도 없어서는 안될 원료이다. 이 물질이 가진 반도체적 특성 때문에 각종 디지털기기 속을 흐르는 전류의 속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전에는 녹색기술과 디지털기술이 각기 별개의 것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한층 정밀해진 소프트웨어로 만든 스마트 연결망 내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오가는 에너지의 속도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점점 덤 낳은 가정이 설치하고 있는 Linky 계량기와 Gazpar 계량기도 바로 이점에 착안하여 제작한 것이다. 미래의 스마트 도시에서는 길 곳곳에 센서를 장착해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빈도에 따라 거리 조명을 조절하고, 그에 따라 전력소비량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더욱 진화한 날씨 예보 소프트웨어 덕분에 태양광전지의 성능을 30% 이상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희토금속의 중요한 용도로 인해 수요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의 세계 소비량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거나 증가한다 해도 미미한 정도에 그치고 있는 반면, 게르마늄의 수요는 2배, 디스프로슘과 탄탈 수요는 4배, 팔라듐 수요는 5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스칸듐은 9배, 코발트 시장은 24배 더 커질 전망이라고 한다. 이제 녹색 기술과 디지털 기술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만큼 희귀금속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반면, 희토금속 생산에는 많은 환경오염이 수반된다. 희토금속을 생산하는 과정은 우선 돌을 빻고, 그 다음엔 황산이나 질산 같은 일련의 지독한 화학적 시약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수십 번씩 반복해야 순도 100% 가까운 희토류 농축액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희토류 1톤을 얻기 위해 최소 20만 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제련에 사용된 물은 각종 산과 중금속으로 범벅이 되는데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상태로 배출되면서 환경을 크게 오염시킨다
마치 방사능을 지닌 원자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희토금속이 인류의 삶을 개선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엄청난 환경오염을 수반하기 때문에 활용에 있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