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4
박순홍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감귤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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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몇장 넘기기 시작하며, 나에게 제주도에 대한 이미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렸을때는 돌하르방, 감귤, 한라산이었다가 나이가 들며 힐링, 여행지, 사진, 자연과 같이 특정사물에서 좀 더 넓은 공간적 의미로 변했다는 것. 그 외에는 제주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었음을 깨달으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책의 내용속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제주도의 관광지나 명소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전혀 관심 밖이었거나 어렴풋한 내용만 알고 있던 장소들이 나오며, 그러한 곳이 너무나 많다는 것에 제주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되었다.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 제주도에 대한 책은 늘 여행책이 우선이였다.
최근 10년만해도 여행지부터 숙소까지 해외여행지 못지 않는 멋진 장소들로 개발이 많이 된 제주도는 여행과 힐링의 이미지가 가장 많이 떠오른다. 또 가보고 싶은 이유도 늘 여행이 우선이였다. 사진찍기 좋은 장소, 배경이 멋진 장소,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는 장소와 같이 제주도는 늘 힐링과 관광 관련된 책으로만 이해해왔다. 하지만 이 책에 담겨있는 제주도의 의미와 역사는 결코 우리가 그냥 지나칠 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섬인 제주도의 특성이 만들어낸 제주만의 문화도 한번쯤은 꼭 봐야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제주도가 지정된 배경과 이에 대한 깊은 이해에 대한 내용들은 잔잔한 감동이 있었다.
제주만의 지형적 특성이 이루어낸 곳이고 긴 역사적 시간을 함께해오며 발달한 동굴이기에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이유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러한 내용은 관심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의 일인 것 같고, 일반인에게는 이해도 또는 관심도가 낮기에 이를 외면하고 오늘날 제주도에서 개발들이 무분별하게 많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전체 면적에 비해서 거주하는 사람이 적기에 상대적으로 아직은 여유 공간이 많아 보이고 자연 그대로가 많아 보이지만, 정말 제주도의 의미를 가진 곳을 살려놓지 않아서 어느 순간 역사적 장소들이 없어지거나 방치된 모습이 머지 않아 보이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주기도했다.
10가지가 넘는 큰 이야기 테마중에 다시 한번 꺼내 보고 싶은 부분을 꼽자면 가장 제주스러운, 용암 동굴과 해녀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역사속의 제주도 이야기이었다. 용암 동굴들의 특성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이를 발견하고 지켜낸 사람들이 다름 아닌 일반 제주도민들이었기에 그들의 마음이 느껴져 더 기억에 남았다. 직접 가본적이 있는 용암동굴은 가봤기 때문에 머릿속에 그림처럼 쉽게 그려졌고, 직접 가보지 못했던 용암동굴은 세심한 묘사 덕에 이미 가본 것과 같은 기억을 주었다.
해녀들의 이야기는 제주도의 역사와 제주도 사람들의 삶을 말해주는 특별한 이야기이기에 제주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넓히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할 내용으로 추천하고 싶다. 해녀들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생계의 수단이었기에 애환이 서려있는 이야기들이 더 많지만, 역사적으로 제주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녀들이기 때문이다. 사라져가고 있는 해녀들처럼, 같은 맥락으로 제주의 역사와 자연도 그렇게 흐려져가고 있는 것 같은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역사속의 제주 이야기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이야기 외에도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해온 제주도와 그속을 살아갔던 선조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해서 반가웠다. 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그리고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중에도 제주만의 방식으로 지켜오던 그들의 용기 이야기도 그러했고, 현재도 제주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를 담은 장소들의 이야기도 그러했다.
하지만 작가가 계속적으로 강조하는 이러한 곳을 찾아가는 이가 거의 없거나 알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제주의 역사와 숨은 이야기를 소개하는 의미 이상의 것이 있다는 메세지이기도 한 것 같다. 다시 한번 우리에게 제주도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며, 이러한 하나하나의 사건과 이야기들이 지금의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제주도를 만든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램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맥락을 함께 느낀다면, 앞으로의 제주도를 어떻게 지켜나갈지 생각해보는 의미있는 기회도 많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