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29
박세라
거의모든전쟁의역사
0
0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함께 발전해 왔다. 최초 인류는 생존을 위해 다른 종의 육식동물들과의 투쟁을 주로 해왔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고, 열을 이용하여 광석이 함유된 광상에서 금속을 분리해 내면서 무기를 이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쟁의 경쟁자인 육식동물을 인간 정착지로부터 먼 주변부로 밀어내면서 인간간의 싸움이 다른종과의 싸움보다 중요해지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전쟁담 중 하나인 일리아드, 또는 종교적 내러티브인 구약성서에서 초기 전쟁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고대의 전쟁은 정복자와 피정복 영토를 영적으로 결합하면서 타 부족에 대한 승리를 신들끼리의 싸움이나 우주적 투쟁과 결부하는 과정의 일환이었다. 요새 건축, 말과 전차, 활과 같은 무기가 발전하면서 대규모 전쟁에 사용되었다.
전쟁은 동서양 모든 지역에 걸쳐 일어났다. 이집트, 아시리아, 페르시아 등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생한 지역에서도 전쟁과 함께 제국의 흥망성쇄가 일어났으며, 중국의 광활한 영토에서도 많은 제국이 전쟁을 통해 흥망성쇄하였다.
유럽지역에서는 그리스와 마케도니아가 초기 제국을 세웠다. 그러나 로마가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그리스 시대는 끝이 났다. 로마는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카르타고와 경쟁했다. 그들은 시칠리아 지배권을 놓고 싸웠는데, 로마는 해군력으로 획득한 결정적 우위에 힘입어 시칠리아를 정복하고 더 멀게는 북아프리까까지 뻗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전쟁의 판도를 뒤집었다. 한니발은 알프스를 넘어 행군하여 이탈리아 로마를 공격했다. 한니발이 로마에 당도하자 로마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고, 그가 거느린 고도로 전문적인 군대는 유능한 지휘를 받으며 전투 분위기를 장악했다. 로마의 사상자는 5만명에 달했다. 절박하게 해결책을 찾던 로마의 지휘관 파비우스는 평원 전투를 피하고 산지에서 벌이는 소모적 충돌을 택했으나, 대중의 조급성 때문에 그의 전략은 결국 폐기되어 큰 재앙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니발의 군대는 규모가 작고 공성장비가 보족하여 이탈리아 전투에서 지면서 로마에 패하고 말았다. 이후 카르타고는 본국에서의 전쟁에서 지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로마는 이후 우월한 인력, 자원, 의지력, 조직력에 힘입어 30년경 동지중해, 이집트, 갈리아, 이스파이나에서 지배권을 장악했고, 100년경 브리타니아의 대부분과 발칸까지 손에 넣는 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제국 바깥에 있는 야만인으로부터의 공격과 페르시아에 기반을 둔 제국들과의 경쟁으로 끊임없는 방어 전투를 하였다. 로마의 방어 전략은 다양했는데, 로마시에 여러개의 탑을 갖춘 성벽을 새로 쌓았으며 다른 여러 도시도 요새화했다. 비잔티움은 튼튼한 방벽과 반도라는 입지 덕에 장군들의 반란 위협에서 안전할 수 있었고, 제국의 수도가 되어 5세기의 위기를 무사히 넘기게 되었다. 그러나 그보다 덜 부유하고 인구가 적었던 서로마는 야만인의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동쪽의 훈족으로부터 밀려 이동해온 서고트족의 침략으로 약탈당하는 등 고트족, 훈족, 반달족 등 침략자에 의해 광범위하게 유린됐다.
남아시아의 인도 지역은 4세기 굽타 왕조에 의해 통일되었지만 중앙아시아에서 오는 침입자들에게 극심한 압박을 받았다. 480년부터 에프탈족의 극심한 압박으로 굽타 왕국의 힘은 약화되어 인도는 많은 지방 패권으로 분열되었으며, 이 분열은 13세기까지 지속되었다. 인도는 1398년 티무르 왕국에 정복었다가 유능한 통치자, 자히르우드딘 무하마드 바부르에 의해 무굴 제국이 창건되었다. 인도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인도 코끼리를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인도코끼리는 육중하면서도 아프리카코까리보다 길들이기 수월하였으나, 실제 그 압도적인 인상에 비해서 효과는 떨어졌으나, 오늘날 탱크처럼 적의 전선을 분쇄하고 적군을 뒤쫓는 데 활용했다.
이 책의 저자는 서구 중심적인 시각을 탈피하여 전쟁의 역사를 서술하였다. 여타 전쟁사 책들은 오스만 세력과 유럽 세력이 벌인 전투를 중심으로 서술된 반면 이 책에서는 오스만과 페르시아 세력간 전쟁으로 초점을 돌리고 있다. 또한 이책은 전쟁사에서 전술, 작전, 전략 차원을 뚜렷이 구분하여 전쟁사를 무기와 전투 기술 역사로 환원하는 것을 경계하며 동맹과 배신의 역할, 국제정치의 역학, 국가 행정 및 병참 지원 역량 등 전략적 측면을 조명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세기 이후 현대전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마치 현대전의 원형처럼 인식하고 있는 제2차 세대계전이 실은 매우 이례적인, 전무후무한 형태의 전쟁이었으며 1990년대 이후 사상자나 병력 규모로 볼 때 국가 내부 분쟁이 국가 대 국가의 정규전을 압도했음에도 종래 군사사 서술의 틀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신선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