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29
신지훈
다정한것이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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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과학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가 문재인 전 대통령 및 최재천 교수님이 추천하셨다고 하여 망설임없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전반부에는 생물학 실험 혹은 진화론 관련 내용이 주로 나와서 이 책이 굉장히 학구적이고 전문적인 것처럼 보였으나, 후반부에는 인간사회 및 정치에 대한 얘기가 기술되어 있어 매우 흥미롭고 빠르게 책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저자가 책에서 밝혔듯이, 책을 거의 다 기술했던 시기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저자가 책을 다시 썼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인류가 서로 싸우지 않고 협력하여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저자의 목적의식 때문에 문과생인 내가 이과생이 쓴 글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에서는 보노보와 침팬지를 비교한 부분은 이 책의 주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고 내용이 흥미로와서 집중하면서 잘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책 덕분에 최근 유시민씨가 현 한국 정치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침팬지 이야기를 했을 때 아는 내용이 나와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그 말도 100%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의 여러 종 중 현재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고, 다른 동물들을 정복하고 멸종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현재의 인간이 서로 싸우기만 한 것이 아니고 때때로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기후위기가 점점 심해지고 국제 정세도 점점 위태로와 지고 있는 지금 이러한 인간의 협력하는 속성이 더욱 발전되고 빛을 발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4장 가축화된 마음, 111쪽 : 마음이론에서 발생하는 아주 섬세한 능력 하나가 있는데, 누군가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는 틀린 믿음 능력이다. 이 능력은 대개 4세가 될 때까지는 완전히 활성화되지 않는다. 웰먼은 감정반응이 격한 어린이보다 감정반응의 강도가 더 낮은 수줍음 많은 어린이일수록 틀린 믿음 능력이 빨리 발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틀린 믿음 능력을 빠르게 갖출수록 언어 발달도 빨랐는데, 따라서 감정 반응이 낮은 어린이들이 협력과 의사소통 측면 모두에서 이점이 있었다. 즉, 낮은 감정반응은 협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발달하는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4장 가축화된 마음, 112쪽 : 사람의 기질과 마음이론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선택된 감정반응이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과 더불어 포용력도 향상시켰을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자연선택이 사람들이 서로에게 반응하는 다양한 방식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문화적 인지능력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곧 사람에게도 자기가축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4장 가축화된 마음, 118쪽 : 뇌 크기는 같지만 히말라야원숭이의 연산능력이 더 높고 자제력이 더 강한 것이다. 뇌 크기, 신경세포 밀도, 자제력의 상관관계가 시사하는 바는 지능이 향상되는 방식이 아주 놀랍도록 간단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능의 향상도 하나의 부산물이었다는 사실을. 영장류의 이 규칙이 극단적으로 적용된 예가 사람이다. 사람은 지난 200만년동안 뇌 용적이 사실상 2배 증가했는데, 침팬지나 보노보 뇌 용적의 거의 3배에 달한다. 이로써 사람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대뇌피질의 신경세포 밀도가 높은 종이 되었다. 우리 종의 자제력이 유례없이 강력한 이유도 이것으로 설명이 된다. 사람은 자제력이 강화되면서 마음이론, 계획수립, 추론, 언어 등의 초강력 인지능력이 발달하게 되고 그에 이어서 우리 종 특유의 행동 현대성과 복합적인 문화 전통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4장 가축화된 마음, 120쪽 : 뇌 크기, 신경세포 밀도, 자제력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면서 나는 멸종된 인류를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게 되었다...수 천년 동안 우리의 기술수준이 다른 사람 종보다 더 나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면 우리와 나머지 사람 종 사이에 중요한 한 가지 다른 점이 남는다. 지금으로부터 5만년보다 조금 더 전쯤 우리 종이 사회 연결망의 급속한 확장을 경험했다는 점 말이다. 사회연결망은 많은 이유로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술발전에 필수 요소다., 더 큰 사회연결망과의 관계가 끊어진 인구 집단은 그저 기술의 진보가 멈추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집단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4장 가축화된 마음, 121쪽 : 사회연결망이 확장되면 강력한 피드백 순환 고리가 시작된다. 사회적으로 연결될수록 우리는 더 나은 기술을 갖게 된다. 개선된 기술로 더 많은 양식을 구할 수 있어 우리는 더 많은 사람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더 밀도 높은 집단을 이루어 살게 된다. 인구밀도가 높은 집단은 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킬 것이며 이런 식으로 순환 고리가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순환 고리의 도화선에 불을 당긴 건 무엇이었을까?...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플라이스토세 시기에 나타났던 친화력이 호모 사피엔스의 기술혁명에 불을 붙인 불꽃이라고 주장한다.
4장 가축화된 마음, 123쪽 :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보노보와 개의 경우처럼 관용적일수록 상호작용에서 얻는 보상이 커졌을 것으로 예측한다. 동시에 이 가설은 감정반응을 억제하고 관용을 베푼 뒤 돌아오는 보상을 계산할 줄 알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그 어떤 종과도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바로 이 자제력과 감정조절 능력이 결합되어 사람 고유의 사회적 인지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가축화된 늑대나 유인원의 뇌는 인상적이다. 하지만 가축화된 사람의 뇌라면, 마법에 가깝다. 우리 종 안에서 독특한 유형의 친화력이 진화함으로써 더 큰 규모의 무리, 더 밀도 높은 인구, 이웃한 무리 사이에서 더 우호적인 관계가 가능해졌을 것이며, 그럼으로써 더 큰 규모의 사회연결망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것이 더 많은 혁신가 사이에서 더 많은 혁신의 전파를 촉진했을 것이다. 문화의 톱니바퀴는 느릿느릿 불규칙하게 돌기 시작해서 빠르고 맹렬해졌을 것이다. 그 결과가 기술의 지수증식과 행동 현대화의 출현이다. 사람의 자기가축화 가설이 옳다면, 우리 종이 번성한 것은 우리가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5장 영원히 어리게, 166쪽 : 우리 종이 그들보다 대단히 특출난 것은 아니었다. 큰 가뭄이나 화산폭발, 밀려오는 빙하는 우리 종의 생존에 중대한 위협이었으며 우리는 자칫 멸종될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중기 구석기시대에 이르러 우리, 오로지 우리 종에게서만 집중적인 친화력 선택이 진행된 것이다. 이 친화력 선택을 거치면서 집단 내 타인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범주가 만들어졌다. 이 범주는 산모가 아기를 분만할 때 범람하는 그 옥시토신에 의해 촉발되고 유지되었다. 옥시토신이 충만하면,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다가오는 낯선 사람에게서 친절을 느낄 수 있으며, 그 사람이 우리와 같은 편임을 알 수 있다.
8장 지고한 자유, 244쪽~245쪽 : 민주주의 국가는 수립과 유지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쉽게 독재자에게 넘어가기도 한다. "너무 민주적일 때 민주주의는 실패한다"고 2016년 언론인 앤드루 설리번은 경고한 바 있다. 관용을 베풀다 못해 스스로가 잠식되기 시작하는 때가 민주주의가 과도해지는 지저이다. "지고한 자유로부터 (...) 야만적인 속박이 널리 퍼져 " 폭군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플라톤은 <<국가>>에서 말했다. "폭군의 최우선 관심사는 갖가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지도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8장 지고한 자유, 256쪽 : 그러나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이 가운데 많은 것이 한 가지 근본적 문제의 증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같은 편에게는 친절하고 다정했던 사람이, 다른 편에게는 잔인해지는 인간 본성의 역설 말이다.
8장 지고한 자유, 273쪽 :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체노웨스는 1900년 이래로 정권 교체라는 어려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벌어졌던 전 세계의 주요 폭력 및 평화 시위 관련 자료를 모두 수집했다. 놀랍게도, 평화 시위의 성공률이 2배 더 높으며, 폭력적 국가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은 4개가 더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8장 지고한 자유, 281쪽 : 최악은 사람들의 접촉을 막는 도시다. 고층 건물이 만들어 내는 것은 몇 년을 같은 층에 살면서도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을 이웃, 사람들이 오가며 일상을 만들어내는 길가라고는 없이, 네모반듯한 대형 체인점과 패스트푸드 레스토랑만 즐비하고, 철통같은 입구며 담장으로 동네에 머물거나 돌아다니는 것을 가로막는 동네, 고속도로가 동네를 통과해서 건널목이나 녹지 한뙈기 없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