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3
박성목
바다해부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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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이해하는 데 그림 한 컷이면 충분하다'는 말에 낚였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예전보다는 상태가 덜하지만 난 아직도 낚시하면, 그것도 바다낚시 갈 생각이면 밤잠을 설칠 정도로 광적인 면을 가지고 있어 홍보용 문구 하나에 아무 생각없이 책을 선정하고 말았는데, 막상 받아 든 책을 펼쳐 보았을 때 어린이용 문구에 가까운 책의 내용에 적잖이 실망하며 낭패감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낚시 대상어에 대한 무궁무진한 호기심에서 비롯하여 나는 많은 어류도감류의 책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책을 받아든 처음의 느낌은 이 책은 그러한 도감류에서도 제일 관심이 덜한 것으로 취부될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대하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다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고 싶은 충동에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니 재미도 있고, 다루고 있는 바다 생물의 다양함에 일면 놀랍기도 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자연해부도감' '농장해부도감' '음식해부도감'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로서 책뿐만 아니라 벽지와 식기, 패턴을 포함한 자신만의 여러 상업용 제품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유명인사이다.
대표 저서인 '해부도감' 시리즈는 과학과 역사, 도시, 자연, 동물, 음식 등 여러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감각적이고 따뜻한 그림과 이야기로 소개하고 있으며,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의 가치와 매력, 활기를 생생하게 그림에 담아내고 있다. 나도 처음 책을 받아들고 그림으로 그려진 도감을 보고 있자니 '차라리 사진으로 처리하였더라면 더 생생하고 현장감이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지고 하였으나, 조금 더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보니 각 생물의 특징을 사진보다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감각적이고 따뜻하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으로 만들어진 도감이렀더라면 단숨에 끝까지 보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간의 해부도감 시리즈에 지쳐 추가적인 집필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저자가 해양생물학자를 꿈꾸고 있는 열 두살의 어린 소녀로부터 편지를 받고 크게 감명되어 저자의 어린 시절의 꿈과 기후변화로 변해가고 있는 해양 생태계를 걱정하면서 새로이 펴낸 책이다.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바닷물에서는 지구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바다의 모습과 대양의 구조, 해류, 파도 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고, 2장 다양한 바다어류에서는 어류의 구체적인 형태와 고유의 먹이사슬, 상어, 가오리, 해파리 및 여러 종류의 심해어까지 망라한 바다 생물들을 보유주고 있고, 3장 고래에서는 다양한 고래의 종류와 비교를 통해 우리의 이해를 높이고 있으며 특히 현재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고래들의 생태환경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4장 생명의 보물창고 해변에서는 해변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원시생물과 조개류, 연안어류와 새들의 먹이사슬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5장 바닷속을 향하여에서는 대양저 및 바닷속에 살고 있는 해삼, 불가사리, 문어 오징어 바다거북 등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면을 보여주고 있다. 6장 산호초의 세계에서는 세계의 바다에 분포하고 있는 다양한 사호초와 그와 공생 또는 경쟁하고 있는 생명에 대해 서술하고 있고, 7장 겨울왕국에서는 남극과 북극의 빙하와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펭귄, 북극곰에 대해 알려주고 있으며, 마지작 8장 더 넓은 바다를 향하여에서는 어업 활동으로 인한 환경훼손의 모습, 등대와 바다를 연구하는 해양생물학자, 해상무역과 화물선, 태평양의 쓰레기섬, 수치로 보는 기후변화 등을 서술하면서 이러한 환경훼손으로부터 바다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각자가 처한 지역 공동체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최대한 많은 종류의 동식물을 책에 싣고자 노력하였으며, 이를 통해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해양 생물이 존재함을 할게되었고, 또한 기후변화와 쓰레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바다 생태계에 대해 가감없이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이 지금까지 존재 사실조차 몰랐던 놀라운 해양 생물에 대해 눈을 뜨는 계기와 이토록 매력적인 식물과 생명체를 보존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우고자 하였다.
이러한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부담없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지구 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바닷속을 탐험하며 지구의 새로운 모습에 다가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사진보다는 그림으로 표현된 도감이 좀 더 따뜻하고 독자로서의 바닷생태계에 대한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