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31
박원기
로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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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이다. 이번에 읽은 책 <로코노믹스>는 추상성도 훨씬 높고, 나아가 다루는 범위 또한 상당히 넓다. 이 책은 Rock! 즉, 음악산업 전반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규명한 책이다. 특정, 산업의 경제성과에 대한 문제는 수없이 많은 주제로 탐구되었다. 하지만 음악 전반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해당 문제에 대한 탐구는 내부자들이 관심을 갖고, 혹은 자신들의 역량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학자를 통해 밝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외부인이 음악산업에 대해서 경제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하려면, 경제학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에는 많은 곡들이 아티스트들 간의 컬래버로 작업된다. 때로는 슈퍼스타들도 경험을 쌓거나 새로운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스타일의 전환을 모색하는 다른 아티스트들에게서 피처링을 지원받는다. 2017년에 스트리밍 차트 1위를 차지했던 〈데스파시토Despacito〉가 좋은 예다.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가 이 곡을 불렀고, 저스틴 비버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다른 가수들에게서 피처링을 지원받은 곡들을 자세히 들어보면, 슈퍼스타가 대체로 초반부에, 즉 처음 30초 이내에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최소한 30초 동안 스트리밍하는 곡에 대해서만 저작권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당연한 결과다. 다시 말하자면, 스트리밍에 대한 경제적 보상 시스템이 곡을 작곡하고 공연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 18pp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높은 차원에서 음악산업의 특징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우리는 브레브이걸스가 혹은 EXID가 역주행을 통해 돈을 많이 벌었다고만 알지, 왜 역주행을 하면 돈을 많이 버는지, 역주행이 음악계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이것이 경제적으로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어떤지, 나아가 실질적으로 가수들에게 어떻게 돈이 들어가는지 알지 못한다. 가끔. 아주 가끔 트와이스와 같은 그룹을 초청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어도, 그런 부분적인 사례만으로는 음악이란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음악 산업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가장 넓은 층위 혹은 큰 층위에서 음악 산업의 생태계를 이해하게 함으로서, 그 아래의 하부적 문제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이 책은 주는 것이다.
대다수의 뮤지션들은 최저 생계비를 겨우 번다. 이들 중에서 최고로 뛰어난 소수만이 슈퍼스타가 된다. 어떤 뮤지션은 슈퍼스타로 성장하는 반면 똑같은 재능을 지닌 다른 뮤지션은 여전히 무명인 상태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27pp
최근에 알게 된 가수 중에(물론, 그녀는 대뷔한지 꾀나 됐지만) 카디비라는 가수가 있다. 흑인 빈민가에서 태어났고 스트리퍼로 일했지만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사는 미국 가수다. 하지만 어떻게 노래 하나를 통해서 빈민가에 있던 사람은 전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카디비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개인적 문제 때문이 아닌 산업적 측면에서)몰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간만에 산업이란 딱딱한 영역에 관한 책이었으나, 모두가 듣고 사는 음악이란 것을 검들임으로서, 정말 재미있는 주제체 대해 지적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좋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가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듯, 다양한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음악 역시 그 파급력이 대단하다. 최근에 대한민국의 K-POP이 빌보드 차트에서 1위에 몇 주 동안 오르는 기염을 토하거나, 과거의 곡이 역주행해서 다시 큰 파급력을 미치는 등 음악 산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룬 책이 바로 이 책, <로코노믹스>다.
아무래도 책 자체의 내용은 미국에 맞춰져 있지만, 이 내용을 비단 미국에만 한정할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확장해서 응용 사고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사실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음악을 들을 때마다 돈을 내는 것이 아까웠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음악을 공짜로 듣는 일은 결국 그 음악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 온 아티스트와 제작자 모두에게 큰 피해가 가는 일임을 그 때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들어 저작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 때문에 더 이상의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기를 간곡히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과거에 아티스트들이 올렸던 수익의 대부분은 음원 수익이 아니라 콘서트 수익이었다. 콘서트를 통해 실황 라이브를 듣고, 티켓팅 등의 힘든 과정을 거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소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수는 물론이고 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일임은 분명하다.
또한 예전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 음악을 다운로드하고, 다운로드한 음악을 듣고자 하는 기기에 옮긴 후에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개인 컴퓨터와 기기의 용량을 차지하는 방식은 이제 스트리밍 방식으로 바뀌었다. 원하는 노래를 언제 어디서나 듣고, 여기에 걸맞을 값을 치르는 방식으로 말이다.
어쩌면 음악 산업 역시 다른 수많은 예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노래는 수 세기를 거쳐서라도 다시금 사람들이 찾게 되고, 우리나라에서 '탑골공원 명곡' 등의 이름으로 유튜브에서 재생되고 있는 음악들을 보면 말이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음악의 세세한 부분까지 적어 둔 이 책 <로코노믹스>를 통해 새로운 음악 시장에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불평등,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사회 문제이자, 음악 산업에서도 벌어지는 현상이다.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와서 신예 뮤지션이 성공할 확률과 건고한 슈퍼스타가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확률의 차이 같은 것이다.
이처럼 점점 확대되는 빈부격차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뿐만이 아닌 음악 산업에서도 이루어진다.
상위 5퍼센트 뮤지션들은 하위 95퍼센트 뮤지션들의 수입을 모두 합친 것보다 거의 6배나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음악 산업은 더욱 불평등해지고 있다. p.109
음반 시장을 잡고 있는 회사가 슈퍼스타를 만들고, 슈퍼스타가 있는 기업은 높은 수익률과 생산성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반복이 되다 보면 음악 산업의 주도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떤 소수의 강자들이 된다.
근로자의 상황도 달라지지 않는다. 슈퍼스타 기업은 고학력, 고임금의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그 외에 것들은 외주로 다른 회사에 맡기게 된다. 그러나 옮겨진 시장의 상황도 다르지는 않은 것이다.
이는 음악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산업에서도 이와 같이 경제 성과가 집중화 되어 불평등의 현상이 목격되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변화한다.
이제는 단순히 음악을 잘 하는 예술가만 하는 것이 아닌, 더 많은 방식으로 음악은 소통된다. 단순히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고 콘서트를 즐기기에서 그치지 않는 제작사 없는 1인 크리에이터, 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미디어만 봐도 알 수 있다. 점점 SNS와 같은 소통하는 음악에 대해서도 대중은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할 수 없었던 또 다른 관점에서 음악을 바라본 것 같아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음악 산업과 경제를 같이 놓고 생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보지 못했지만, 음악이나 책, 그리고 그림과 같은 학문이라는 경지에만 있지 않은 예술적인 분야는 어떨까 생각했을 때, 경제적인 것을 떼어 놓고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욱 공감이 갔다.
물론 음악은 경제적 가치를 초월하는 그 어떤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음악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기에,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