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6
이양정
만약시간이존재하지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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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책을 "선택"했는가를 다시 생각해 본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찌어찌한 생물학적, 진화적 과정을 거쳐 여성의 자궁에 배아라는 형태로 존재하기 시작함으로서 존재하기 시작한다.
그런 후에는 출산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어머니의 자궁에서 빠져나와 신생아라는 이름으로 지구라는 공간에서 숨을 쉬기 시작하면서 완전한 인간의 형태로 존재하기 시작한다, 물론 태아가 인간이라는 존재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독립된 개체로서의 존재가 지구 상에서 숨쉬기 시작하고, 물리적인 신체와 비물리적인 정신세계가 성장하면서 인간들의 덩어리인 사회에서 하나의 구성원으로 존재하게 된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른 후에는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노쇠화라는 물리적 과정을 거치게 되면, 신체능력과 정신적 능력이 쇠퇴하게 되고, 마침내 인간인 제3자가 보는 관점에서, 더 이상 숨을 쉬지도 않고 사고능력도 정지된 상태에 도달함으로서 존재로서의 마지막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 세상에 존재하기 시작했던 어떤 개체가 어느 날 갑자기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는 이것을 우리는 "죽음"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과정을 우리는 한 인간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사고의 주체인 우리의 개인적 관점에서는 인생이라고 말하는 시간의 한 구간의 앞과 뒤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는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이 땅에서 숨쉬고 있지 않아도 이 세상은 존재하고,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화한다.
그런데,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내가 지각하고 경험하는 물리적이건 관념적인 모든 것들은 시작과 끝, 탄생과 소멸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시간이 없다면 시작은 어디에 있고 끝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언제,어떻게 존재하고, 언제 어떻게 존재함을 멈추게 될까?
나의 외부는 어떻게 존재를 시작했으며, 내가 존재함을 향유하며 숨을 쉬고 사고활동을 하는 동안 외부의 존재는 변화할까 아니면 정체하고 있을까?
이 책은 양자이론의 많은 분야 중에서도 루프양자중력을 연구하는 이론물리학자가 쓴 책이다
그가 소년기를 거쳐 청년기에 양자역학을 연구하고, 그 중에서 루프양자중력을 연구하게 되는 역정을 흥미롭게 펼쳐 보이면서 간간이 연구의 과정과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에게는 고전적인 뉴턴역학도 어렵지만, 양자역학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고전물리학은 수학적으로 원인과 결과를 풀어내는데, 양자역학은 확률게임과도 같아서,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다고 한다.
너무 미시의 세계라서 고전물리학처럼 확정된 결과를 알 수가 없다고 하니, 과학이라고 부르기는 하는데 흡사 철학적 문제를 다루는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시간이 존재하지 않거나, 시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자는 우리가 인식하고 전제하고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물질의 미시적 관점에서는 시간이 상대적 개념이므로, 물질과 존재를 또 우주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시간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서는 올바르게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시간이 상대적이라면,
내가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있다고 인식하는 주위의 모든 존재들이 나의 인식과 동일한지 아닌지를 의심해야 할 것이고, 우주를 이해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목록에서 발견한 후, 과학적인 관점에서 철학적인 문제를 고찰할 수 있기를 크게 기대했다.
내가 자연과학에 대하여 또 물리학에 대하여 기초지식이 없다는 것을, 자연과학에 대하여 무지하다는 사실을 책을 읽는 내내 지울 수 없었고, 과학적 탐구가 인문학인 철학과 뗄 수 없음도 알았다,
장자의 꿈을 생각해 본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거이 노닐었다.
꿈에서 깨어보니, 나비가 장자가 되었다.
장자가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장자가 되었는지 잘 모르게 되었다.
어느 시간이 진실이고, 어느 공간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워졌다.
이 책이 세상을 인식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새로운 관점은 스스로 찾을 것을 요구받았다.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범인이 깊이있는 이론물리학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음을 받아들이라는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임을 알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