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7
박성목
북유럽 신화
0
0
내가 북유럽 신화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바이킹과 관련된 이야기를 읽으면서 들었던 최고신 오딘에 대한 것이 유일했다. 그러다가 서양의 고전소설과 문화들에 대한 접촉이 많아지면서 북유럽에서 기인한 이야기가 서양 문화의 많은 부분에 녹아 있는 것을 알아가면서 그에 대한 호기심도 늘어갔지만 천성이 게을러서 굳이 찾아 읽을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최근에 영화 어벤져스 등에서 토르와 로키 등에 대해 접했으며, 신들의 최후 전쟁인 라그나로크 등의 개념이 게임에 나오면서 다시 북유럽 신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욕구에 이끌려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그간 구전과 기록 등으로 전해오던 북유럽 신화를 저자인 닐 게이먼이 나름의 영감으로 재구성한 창작의 결과물이다. 저자의 어린 시절 기억과 과거의 자료들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거기에 저자의 천재적인 상상력과 재치 넘치는 필체로 신화를 재구성하여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북유럽 신화에 놀라운 숨결을 불어넣은 작품이라 하겠다.
현재 미국 바드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문학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문학작품을 탐독하였으며, 일글랜드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면서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전기를 집필하기도 하였고, 그래픽 노블 시리즈인 '샌드맨' 시리즈를 통해 만화산업대상 9번 수상에 이어 1991년 세계판타지문학상 단편부문에 선정되면서 만화로는 최초로 문학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다. 이후 세계 3대 SF 문확상, 뉴베리상, 로커스 영 어덜트상, 카네시 메달 등 화력한 수상경력과 만화와 소설 외에도 시, 영화, 저널리즘, 작사, 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 미국 만화가 잭 커비가 그린 힘쎈 토르의 모험담이란 책을 통해서 아스가르드에 사는 북유럽의 신들에 대해 알게되었으며, 이후 로저 랜슬린 그린이 집필한 '북유럽 신화'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다.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독일에서 유래하여 스칸디나비아로 전파된 뒤, 바이킹들이 지배한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고, 이들은 이 지역에 토르, 오딘 등의 이름을 따라 명명한 장소를 남겼으며, 현재 우리가 쓰는 Tuesday, Wednesday, Thursday, Friday 등의 요일 이름도 Tyr, Odin, Thor, Frigg 등 이들 신화속 신들의 이름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북유럽 신화는 바니르 신족과 에시르 신족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과 휴전에 관한 이야기이다. 바니르 시족은 자연을 관장하는 형제관계의 신들로, 예날에 바니르 신족을 중배한 부족과 에시르 신족을 부족이 각각 존재하였는데, 에시르 숭배자들이 바니르 숭배자들이 땅에 침입하였다가 결국 타협하고 서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신화속 남매지간이면서 바니스 신족인 프레이야와 프레이가 에시르 신족과 함께 아스가르드에 사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신화와 역사가 통합되면서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아서 우리가 모르는 북유럽 신화는 매우 많다. 현재 전해지고 알려진 것은 민간설화나 개작된 이야기, 시, 산문 등의 형태로 전해진 신화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 이야기들이 기록된 건 기독교가 북유럽 신들에 대한 숭배를 대체하게 된 뒤의 일로써, 그런 상황에서도 일부 이야기나마 보전된 것은 그걸 후대에 남기지 않을 경우를 우려한 선각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자각에서 어린 시절 꿈꿨던 환상의 세계를 전해주기 위해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각각의 이야기를 최대한 정확하고 흥미롭게 재구성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먼저 책의 중요 인물로 오딘, 토르, 로키에 대한 설명이 있으며, 세상이 시작되기 전, 그리고 그 이후, 이그드라실과 아홉 개의 세상, 미미르의 머리와 오딘의 눈, 신들의 보물, 최고의 성벽 건축가, 로키의 자식들, 프레이야의 이상한 결혼식, 시인의 꿀술, 토르의 거인나라 여행, 불멸의 사과, 게르드와 프리이 이야기, 히미르와 토르의 낚시 여행, 발드르으 죽음, 로키의 최후, 라그나로크, 신들에게 닥친 최후의 운명 등으로 되어 있다.
저자의 설명에 따라 죽 읽다보면, 마치 우주가 시작된 얼음과 불에서 세상이 끝난 불과 얼음까지 이어지는 여행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딘, 토르, 로키 등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이들과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이들을 만나게 된다. 더불어 현대의 게임, 영화, 문학 등에 나타나는 북유럽 신화의 존재를 좀 더 깊이 이해하면서 우리의 삶의 지평도 더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