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3
김홍석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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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와 도시, 부동산에 대한 관심
나는 어려서, 그러니까 국민학교 (그때는 초등학교가 아니고 국민학교였다) 시절 사회과부도를 열심히 보곤 했다.
사회과부도는 지도와 각종 통계 등 국내, 세계 지리를 중심으로 칼라도색의 다양한 그림으로 구성된 참고자료이다.
요새는 일반 교과서도 다들 그렇게 화려하고 많은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던데, 그 당시는 사회과부도만큼 화려하고
큰 교과서자료는 없었다.
그때 특히나 도시의 구성과 형태, 그리고 국가, 세계로 이어진 구조에 관심이 많았던 거 같다. 당시 각 나라의 수도 외우기도
열풍이었고 각 나라의 여러가지 계량지표들을 잘 숙지한 나는 어떤 형태의 지리 시험을 보아도 틀리는 경우가 없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대학시절, 학교에서는 도시행정학과 같은 과목들을 선택하여 수강하였는데, 이 과목에서는 도시의 집중도와
문제점, 도시의 구조와 발전형태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사례들을 배울 수 있었다. 워낙 사회과부도에 익숙한 나로서는 도시와
관련된 수업이 너무도 흥미진진하였고, 동유럽의 구조론이라는 수업도 듣기도 했는데 당시 유명한 하버드 교수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충돌이라는 아티클도 동유럽 도시와 국가 측면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좀더 시간이 지나 결혼 후 아이를 낳게 되면서 안정적인 거주를 위해 새 집을 매수해야 할 이유가 생겼고,
나는 또다른 임신을 앞둔 아내 대신, 허접한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며 당시 살던 곳부터 여의도 본점까지 이르는 큰 도로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는 다양한 아파트들을 살펴보게 된다. 결국 많은 고려와 논쟁 끝에 결국 그 중 하나를 낙점하여
집을 매수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서울'의 발전 과정도 알게 되고, 도시핵의 팽창방향, 역과 공원, 한군, 상업지역의 밸런스의 중요성,
특히 도시가 연결성이 부동산 선택에서 매우 중요한 점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게 가장 중요한 가격결정요인이라는 점도
깨닫게 되었다.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의 타의로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서울의 곳곳을 둘러보기도 하면서
(이를 임장이라 한다, 부동산계에서는) 나는 주택이나 아파트 등 부동산을 둘러보는 걸 좋아하나 보다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이런 일련의 배경을 살펴보면 내가 이 책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를 고르게 된 것은 너무 당연했다.
돌아보니 나는 지금 현재 도시의 모습을 분석하고, 과거의 도시가 발전해온 모습을 되돌아보며, 미래의 도시가 팽창해 나갈
그림을 상상해 보는게 재미있었던 거 같다. 직장생활 후 업무상, 개인상 여러가지 이유로 전세계 많은 나라를 둘러 보면서
서울과 다른 나라의 도시간 차이점과 유사성을 분석해 보는 건 습관이 되었고, 이 책은 나에게 또다른 작은 정보들을
제공해 주길 기대하는 마음에서 읽어 나갔다.
이책은 바빌론과 아테테 등 고대도시에서부터 로마, 장안, 사마르칸트 등 중세도시, 런던과 파리 등 근대도시와 뉴욕, 빈 등 현대도시,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뜨기 시작한 싱가폴이나 두바이까지 총 30개의 도시의 역사와 현재 모습을 쉽고 재미있게 요약해
보여주고 있다. 서울이나 홍콩이 없는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기는 하지만, 이정도면 저자가 일본인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두루두루 보여준게 아닌가 싶다.
이집트, 그리스로 이어지는 지중해 문명에서 페르시아, 중동, 중앙아시아, 중국 등 거대한 인류문명의 발상지로
세계문명의 핵심도시가 변화하면서 한 도시가 또 다른 한 도시에 영향을 주고, 다른 한 도시가 여러개의 도시에 영향을 주면서
그중 살아남은 도시가 교역과 항해를 통해 보다 먼 곳에 문명과 기술을 전달하면서 또다른 핵심도시가 생성되는 양상을
띄게 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최종결론이 아닐까 싶다.
80년대까지만 뉴욕의 맨하탄이 압도적인 규모와 파워로 핵심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시로서 기능했지만,
이후 두바이, 시드니, 리우, 싱가폴 등 각 대륙별로 미들파워 도시들이 각각의 색깔로 번성하면서 해당 대륙의
도시발전과 문화의 전파의 핵으로 기능했다. 1990-2000년은 홍콩이 자유로운 글로벌 아시아도시로서
문화, 경제, 사회적, 모든 측면에서 번성했으나,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의 핸드오버 이후 그 색깔이 많이 바랜 모습이다.
그 이후는 모두가 잘 알다시피 서울이 도시적 세련미를 높이고 문화적 연결성을 강화하면서 세계의 슈퍼파워 도시 중
하나로 점차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시아, 그중에서 한국, 그안에서 서울, 그안에서 반포, 그중에 내가 사는 이 집은
그곳을 둘러싼 도시는 광화문, 여의도, 삼성동 3가지 서울의 다핵 중 어디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
토쿄, 베이징, 뉴욕, 런던 중 어디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어디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지
이제부터 그것이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