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1
김회일
우리 나무 이름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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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식물을 좋아하던 엄마의 영향 때문인지 나도 식물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거의 유치원 수준으로 밖에 식물 이름을 몰라 항상 궁금해 하고 있던 차에, '우리 나무 이름 사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샀었다. 한 페이지에 식물이 하나씩 나온다는 점에서 '사전'처럼 되어 있어 한 번에 잡고 읽을 생각은 못 했는데, 식목일을 기념해 읽어보기로 했다.
어렸을 때 많이 봤던 식물들. 꽝꽝나무는 학교 교정에서 자주 봤던 나무인데, 동글동글한 잎과 까만 열매가 기억에 남는다. 저 까만 열매를 던지면 꽝! 소리가 난대서 꽝꽝나무라고 한다. 남부에 주로 난다고. 곰솔은 해안가 근처에서 자라는 까맣고 나지막한 소나무. 바닷가에서 주로 봤던 나무가 저거였구나. 금강소나무도 종종 산에 놀러가서 봤었는데, '적송'이라고 불렀었다. 이건 일본식 이름이라니 이젠 제대로 된 이름, '금강소나무'라고 불러줘야지.
한 편으론 얼마나 예쁜 꽃나무, 과일나무들이 주변에 많았었는지 기억나기도 했다. 납매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꽃이다. 그 어떤 나무보다 먼저 꽃이 피어서, 이렇게 눈과 함께 찍히기도 하나보다. 미선나무는 지난번 '식물의 책'에서 처음 알게 된 꽃인데 역시 너무나 예쁘다. 내년에는 꼭 군락지에 놀러 가 봐야지! 명자나무는 지금 같은 봄 철 꽃시장 같은 데 가면 많이 팔 것 같은 품목. 촌스러운 듯한 빨간색이 묘하게 뉴트로 감성을 자극해서 더 힙하게 보이기도 하고(?).
그 외에도 뭐 항상 좋아하라 하는 동백나무(특히나 애기동백이 좋더라), 배롱나무, 미스김라일락, 백리향, 서향, 수국(이건 원래 '수놓은 것 같은 둥근 꽃'이라고 해서 '수구' 였다고 한다), 수수꽃다리, 아까시, 영산홍, 영춘화, 찔레, 치자, 황매화도 좋아하는 꽃들. 황근, 히어리는 이름이 신기해서 적어놓기로 한다.
과일나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나마 아는 것들이라 눈이 잘 간다. 사과, 배, 감, 밤, 매실, 대추, 복숭아, 모과, 산딸기, 보리수, 산사, 산수유, 앵두, 유자, 살구, 석류, 머귀, 오미자, 구기자, 복분자, 자두, 잣, 차, 칡, 포도, 헛개, 호두 이거 모두 다 나무에서 나는 과일이었다는 사실! 중학교 때 빙고 했을 때 이후로 이렇게 많은 과일을 떠올려 본 적이 있던가ㅋㅋㅋㅋ
일상 용품이라든지, 향신료로 유용하게 쓰는 나무도 많다. 비자나무(이건 이니스피리 때문에 알게 됨), 노각(무늬가 예뻐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차로도 유명하다고 함), 산초(집에서 자주 먹음), 소태(못 먹어봄), 오가피(약방에 적어놓은 건 봄), 옻(칠 할 대 씀), 닥나무(종이 만들 때 씀), 싸리나무(살이에 필요해서 '싸리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이 그 예. 특히나 플라스틱 생활용품이 널린 요즘은 잘 와닿지 않지만 '살이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었다는' 싸리나무'가 신기하게 다가왔다. 최근 제로웨이스트가 다시 붐인데, 어쩌면 이런 싸리나무 같은 것들이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
한편으론 이름에 우리의 문화가 녹아 있거나, 관용 표현을 연상케 하는 나무들도 있어 반가웠다. '사시나무 떨듯'의 주인공 사시나무, 오리, 십리마다 있었다는 오리나무와 시무나무(그만큼 자주 눈에 보였다는 뜻이라고 한다), 사위가 짐을 들 때 끈 역할을 한다는 의미의 사위질빵(근데 사실 경도가 약하다고 한다. 사위에게 짐을 많이 못 지어준다는 의미라고), 못 먹던 사람들이 밥으로 착각했다는 이팝나무, 인내의 상징으로 쓰이는 인동초, 단풍은 아니지만 붉다고 '붉나무', 부처님 머리처럼 생겼다는 뜻의 '불두화'까지. 재미있는 이름이 많다.
성스럽게 여긴 나무도 많았다. 비쭈기나무는 일본에서 신사에 올리는 나무로 유명하다. 뽕나무는 왠지 우스꽝스럽게 들리지만, 추앙 할때 앙이 여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신성시되던 나무였다고 한다. 주목은 붉어서 잡귀를 물리친다고 여겨졌다고 하고.
같은 나무지만, 접두어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는 걸 소개해 놓은 것도 재미있었다. 대표적인 게 누워서 자란다는 뜻의 '눈', 보다 못하다는 뜻의 '개', 보다 좋다는 뜻의 '참', 섬에서 자란다는 뜻의 '섬' 등.
워낙 많은 나무들이 있었는데, 사실 모르는 게 태반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된다. 암기과목 시험치는 것도 아니고,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외우면 또 훅 날아가니, 이번 턴은 여기서 종료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몇 번 나무 정보를 보다 보면 머리 속에 식물도감이 좀 더 촘촘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