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2
이양정
대학 강의: 나를 넘어서는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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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4서의 하나이고, 글자의 뜻대로 풀면 큰 학문이라는 뜻이다.
당초 5경 중 하나인 예기의 총 49편 중 42편이었던 것을 따로 떼어낸 것이다.
공자는 삼대인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 이래의 문물제도와 의례, 예절 등을 집대성하고 체계화하는 것을 중히 여겼고 그의 제자들이 대를 더하여 이어져 후대에 마침내 하나의 묶음이 된 것인데,
그 49편으로 정리된 한 부분이 따로 떨어져 4서의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본체는 겨우 205자에 지나지 않는데, 어찌 4서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을까.
어찌 예를 집대성한 예기의 한부분에 포함되어 있다가 4서로 자리잡게 되었을까?
유교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언행과 생각을 체계화하여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그 학문의 지향점을 지식의 궁극을 추구함에 두지 않고, 불교와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수양을 통하여 도덕적으로 완성된 성인의 경지에 두었기에 종교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것이고, 대학이라는 4서 중의 한 문헌 혹은 책이 그 완성을 추구하기 위한 길을 보여주는 것이라 여기고 공자 이래의 수많은 유학자들이 이를 깊이 성찰하여 해석을 붙이고 주석을 붙이니, 경 1장 205자와 이 경1장을 풀이한 전 10장 1,500여자로 완성되었다.
그럼에도 부족하게 생각한 후대들이 여러 해설서도 만들게 되니, 대학이라는 사서 중 하나가 차지하는 비중이 참으로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학은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新)民, 在止於至善"으로 시작한다. 이는 대학이라는 큰 도를 이루려면 나 자신의 안에 숨겨져있거나 가려저있는 明德을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백성을 새롭게 하고, 최고의 선에 머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존재가 자신의 도덕적 혹은 종교적 완성을 추구하고 이끌어야 하고 마침내 최고의 종교적 도덕적 목표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니, 이는 개인의 도덕적 완성을 추구할 뿐 아니라, 사회를 이끌어가는 도덕적 통치이념을 축약한 말이라 하겠다
이러한 사상은 유학경전의 대부분을 관통하는데, 유학이 개인의 수양을 추구할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전국시대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 사회통치이념을 기본에 본능처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在止於至善하면 어떻게 되는가.
“知止而后 有定 定而后 能靜 靜而后 能安 安而后 能慮 慮而后 能得”이라고 한다.
즉 止於至善하게 되니 제 자리를 잡게 되고 그러하니 번잡함이 없어 고요하게 되고, 고요하게 되니 편안하여 불편불안함이 없고, 그러하게 되니 깊이 생각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능히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렇게 慮而后 能得하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後 則近道矣"라 했다. 즉 만물에는 근본이 되는 것과 주변의 것이 있고, 일을 함에 있어서는 시작과 끝이 있는데, 이렇게 앞과 뒤, 처음과 끝, 순서나 무겁고 가벼움, 귀함과 귀하지 않음을 알게 되면 대학의 도에 근접한다고 했다.
저자는 위에 언급한 세 단락이 대학에서 삼강령이라 부르는 것이라 한다.
이 삼강령을 이루기 위해 여덟단계를 팔조목이라고 했는데, 삼강령과 마찬가지로 나의 완성으로 부터 시작하여 만백성의 교화를 지향하고 있다.
"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 先治其國, 欲治其國者 先齊其家, 欲齊其家者 先修其身, 欲修其身者 先正其心, 欲正其心者 先誠其意, 欲誠其意者 先致其知, 致知在格物"이라 했는데, 만백성을 다스리는 최종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 格物致知라는 최초까지 거꾸로 설명하고 있다.
격물이라 함은 물유본말과 사유종시, 지소선후를 알아내는 것이고, 이렇게 되어야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알게되면 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하여 그 뜻을 온전히 해야 하고, 그 뜻을 온전히 하면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한 정신적 수양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 집안을 온전히 하고, 그 후에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데, 예로부터 이것이 천하에 明德을 펼치고자 했던 이들이 바라는 것이라 했다. 결국 개인의 완성은 만천하에 이상향을 펼치는 것이 귀착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明德이 어떻게 펼쳐지는가를 다시 설명하는데,
"格物而后 知至, 知至而后 意誠, 意誠而后 心正, 心正而后 身修, 身修而后 家齊, 家齊而后 國治, 國治而后 平天下"라 했는데,
앞에서 한 말을 부연한 듯 하나 미묘한 차이를 두고 있다. 사물의 이치를 깊이 궁구하면 깨달음에 이르게 되고, 깨달은 이후에는 뜻을 온전히 하여야 한다는 순서로 풀었다.
200여자에 불과하지만, 큰 뜻을 세상에 펼치고자 하는 이가 해야할 일을 뿌리부터 꽃잎의 끝까지 자세히 풀어냈으니 참으로 고전이라 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