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30
민재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돈황과 하서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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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라는 말은 독일의 지리학자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중국의 비단을 매개로 하여 동서교역이 이루어졌다는 의미에서 비단길이라 이름지어졌다. 리히트호펜은 실크로드를 크게 동쪽, 중앙, 서쪽 세 구역으로 나누었는데, 동쪽 구역은 서안에서 돈황까지 이르는 구간이고, 중앙 구역은 돈황에서 타클라마칸사막 남쪽의 곤륜산맥이나 북쪽의 천산산맥을 에돌아 카슈가르에 이르는 지역이다. 서쪽 구역은 두갈래 길로 파미르고원을 넘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이르는 길과 곧장 서쪽으로 향하여 이란을 지나 지중해와 로마로 이어지는 길이다. 저자는 이중 동쪽과 중앙 구역에 관심을 갖고, 먼저 중국편 1에서 동쪽 구역, 하서주랑이라는 넓고 긴 협곡을 따라 이른바 하서4군(무위, 장액, 주천, 돈황)을 관통하는 길을 답사한 후 이 글을 저술하게 되었다. 하서주랑은 감숙성 성도인 난주에서 무위, 장액, 주천을 거쳐 돈황까지 장장 900킬로미터에 달한다. 실크로드를 따라 서역으로 가는 출발점은 서안 옛날의 장안이며, 옛 장안성의 서쪽 대문의 이름은 개원문이라 했는데 멀리 열려 있다는 뜻이다. 1987년 서안시는 한나라 장건의 서역 개척 2,100주년을 맞이해 개원문 자리에 사로군조상이라는 기념 조형물을 세워놓고 실크로드 출발점의 랜드마크로 삼고 있다. 서안 옆에 위치한 함양은 진나라의 수도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방궁이다. 지난 2000년 아방궁터에 테마파크를 세웠지만 저속한 흉물로 지금은 철거해 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디시 빈터로만 남아 예나 지금이나 비극적인 유적지이다. 위하를 거쳐 들린 무릉휴게소 근처엔 거대한 한무제의 무릉과 전설적인 장수인 위청과 청년대장 곽거병의 딸린무덤이 있다. 보계시는 3천년전 중국 역사의 서장을 연 주나라의 본거지로 출토된 청동기를 전시하기 위해 청동기박물원을 개관했다. 천수는 중국 고대 삼황오제의 한분인 복희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서쪽의 유목민족과 경계를 맞댄 국경도시였던 만큼 동탁과 강유가 여기 출신이고 한무제때 비장군이라 불린 이광도 여기 출신이다. 천수 인근 맥적산석굴은 오호십육국시대에 조영되기 시작하여 221개 석굴과 7,800구 불상들이 조성되어 있으며, 제121굴 북위시대 보살상, 제123굴 서위시대 동남동녀상, 제133굴 북위시대 사미승상 등은 인간미 넘치는 조각상들이다. 다만 양대 대불은 후대에 수리하면서 원래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다. 인도와 중국에 석굴사원이 유행한 것은 이 지역의 자연환경 때문이며 한국과 일본은 사암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석굴사원의 전통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산천 어디에나 있는 산사가 있어 역사와 문화와 종교가 숨쉬고 있다. 난주 병령사석굴은 소적석산이라 불리는 육중한 황토산의 동쪽 절벽에 조성되었으며, 당나라 시대 마애불들은 아주 높은 부조로 돋을새김을 하여 사실감과 생동감이 있다. 또한 보살상들의 자태가 목과 허리에서 굴곡을 주어 육감적인데 얼굴, 상반신, 하반신이 따로 굽어있다고 해서 삼굴의 자세라고 한다. 병령사석굴 와불상은 유가협댐을 건설하면서 제146굴에 있는 불상을 보호하기 위해 옮겨온 것으로 명나라때 덧칠을 제거하고 북위시대의 모습으로 완전히 복원하여 희대의 명작으로 다시 태어났다. 주천인근에 있는 가욕관은 서역 지방의 티무르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명나라 주원장이 1372년 풍습 장군을 파견하여 건설한 관성이다. 만리장성 서쪽 끝 관성이었으나 청나라가 펼친 확장정책으로 1천킬로미터 더 떨어진 신강성까지 영토로 편입되어 국방상의 의미는 사라지고 또한 지리상의 발견으로 해상 실크로드인 바닷길이 열리면서 육상 실크로드는 점점 미미해져 1524년 이후 실크로드 이야기는 더이상 기록에 등장하지 않게 되었다. 가욕관을 넘어 돈황에는 유림굴, 막고굴, 명사산과 양관, 옥문관 등의 유적지가 있다. 돈황지역 석굴을 조사한 결과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인이 그려진 것을 모두 40개의 석굴에서 확인되었다. 돈황은 본래 중국인들이 동서남북 이민족을 오랑캐라 부르며 서융이라하여 융족이 살던 땅이며, 오아시스 도시로 중국에서 서역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진 명사산이 있고 동쪽에 월아천이라는 초승달처럼 생긴 오아시스가 있는데 이또한 명불허전의 장소였다. 중국은 이미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고 미국과 신냉전시대의 당사자가 되면서, 중국을 더욱 깊이 알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답사기의 의미를 찾을수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