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9
이정민
유럽 도시 기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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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스무살부터 가슴을 설레게 한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고 썼다고 했다. 훌륭한 사회를 만들고 좋은 삶을 산다고 여기게 한 유럽 중에서도 각 시대별 문화수도의 역할을 한 그리스 아테네, 이탈리아 로마, 터키 이스탄불에 이어 프랑스 파리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그곳에 산 사람들의 이야기와 건물에 얽힌 이야기,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인문학 기행을 시작해보았다.
멋있게 나이 들지 못한 미소년, 아테네-
뜻밖의 발견을 허락하는 도시,로마-
단색에 가려진 무지개, 이스탄불-
인류문명의 최전선, 파리-
정말 찰떡같은 표현이 아닐수 없다.
고대 올림픽, 그리스 로마신화,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아테네의 전부였지 않을까,
힘없는 나라가 겪어야 했던 파르테논 신전으 가슴아픈 사연, 빼앗긴 유물을 되찾기 위해 애썼던 한 여배우의 이야기,
저자와 같은 애잔함을 경험한 아테네 편이었다.
서구문명은 도시국가 아테네에서 빅뱅을 일으켰고, 로마제국에서 가속팽창을 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로마는 서구 문명이 가속 팽창 흔적을 도시 답게, 고대부터 현대까지 문명의 발전 양상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기에, 한번의 여행으로 로마의 모든것을 볼수는 없다고 한다.
로마는 한마디로 건축이란다. 그 정도로 로마제국은 건축기술의 발전에 한 획을 그었고, 그 대표적인 것이 아치와 돔이라고 한다.
나라 안에 별도의 도시 국가가 존재한다는 점이 종교의 위력이랄까? 시스티나 예배당에는 4년동안 그리느라 미켈란젤로의 척추가 휘었다는 <천지창조>가 그 아래에는<최후의 심판>이 있다. 그야말로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손이 모아지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2700년이나 되는 역사를 가진 도시가 20세기에 터키 공화국의 영토가 된 후 국제도시의 면모를 다 잃었다는 이스탄불 편을 읽는 동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수가 없었다. 고대 그리스, 로마제국, 비잔틴제국의 역사와 문화는 실종되었고 터키화 된 도시, 겨우 몇개의 건축물만 남아있으니, 그야말로 탄식을 금할 수가 없다.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베르사이유 궁전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될것만 같은 파리, 지금 시점에서 어떤 도시를 지구촌의 문화수도로 정한다면 저자는 망설임없이 파리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하게 생긴 철탑을 자유와 평등, 인권의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고대와 중세의 왕궁이나 교회와 달리 에펠탑은 개인이 디자인한 예술품이며, 노예 노동이나 강제 노동없이 축조했다. 디자인을 설계한 에펠은 물론, 과학자, 수학자, 엔지니어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자본주의는 격차와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지만 적어도 공공연한 강제노동이 없다는 점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질서임이 분명하다 했다. 그리고 그 에펠은 도시의 상징이 되었고,프랑스공화국의 정치체제, 파리 시민들의 정신세계와 문화적 감각이 호모 사피엔스가 도달한 문명의 최고봉을 보여주기 때문이란다. 이런면에서 파리를 능가하는도시는, 적어도 한동안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백번 동의하는 바이다.
14세기까지만해도 보잘것 없는 변방의 도시였고,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에 비해 역사가 짧아 고대 건축물이 거의 없는 도시 파리, 그러나 그런 파리의 내공은 생각보다 크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문명사의 새 시대를 열었기에 그 어떤 나라들보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존중하는 정치제도와 사회풍토가 형성되었다.
저자는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의 주요 명소를 돌아다니며 본 것과 느낀 것 그리고 본 것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기록했다. 본 것을 얼마나 세밀하고 생생하게 묘사하는지 마치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 같았다. 저자가 본 유물 또는 명소와 것과 관련된 역사 서술은 소설을 읽듯이 책을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모든 도시와 건물과 공간은 그것을 지은 사람의 생각, 감정, 욕망, 환경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이해 할때 자신을 친절히 드러낸다고 한다.
시대는 변하고 도시도 변하고 그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도 변한다. 그러나 도시가 가진 역사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역사를 여행으로 풀어낸 유시민 작가의 유럽도시기행은 역사를 잊어만 가는 세대들에게 단비가 아닐까 싶다.
책을 통해 유시민의 발자국을 따라 여행도 하고 유럽역사 공부도 한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