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7
고정선
내러티브앤넘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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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러티브와 넘버스. 우리가 흔히 문과와 이과로 사람들을 나누는 것처럼 비즈니스에서는 설득력있는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러/리더가 있는가 하면, 수학에 기반한 모델을 구축하는 넘버크런처도 있다. 이 책은 (특히 투자에 있어서) 두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뉴욕대의 교수인 저자는 처음 학생들에게 가치평가 (아마도 valuation) 수업을 했을 땐 자신이 ‘넘버크런처 부족’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토리텔러 부족’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효과적인 강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현재의 저자는 스토리를 숫자로, 숫자를 스토리로 바꾸기 위해 양면적인 노력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가치평가에 기반해, 시장에서 가격이 가치보다 낮다고 생각되면 신생기업이든 전통적 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매수한다고 밝힌다.
이렇게 서로 상이한 네러티브와 넘버스, 두 능력을 결합하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비지니스의 가치를 지키고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저자인 다모다란은 주장한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 연구를 제시하며 네러티브 중심의 스토리텔러에게는 숫자를 조합해 이야기를 강화하는 방법을, 넘버크런처에게는 엄밀한 수학적 시험대를 극복하면서도 창의성까지 겸비한 수학 모델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단순히 생각하기에도, 기업은 숫자의 성장 만으로 사회에서 가치있다고 평가 받지는 못한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창업을 시작하면서의 기업의 성장 과정, 그 속에서의 기업의 희생, 난관을 극복한 원칙, 그리고 지속적인 성장 목표 등이 있어야 사회 속에서, 또는 주식시장에서의 가치를장기적으로 인정 받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것을 '스토리 - 또는 네러티브' 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인간에게 있어서 확실히 숫자보다는 그 기업의 스토리텔링이 뇌리에도 잘 다가오거니와 오랜 기간 기억되기도 한다. "좋은 비즈니스 스토리는 심플하고, 믿을 수 있으며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기업은 스토리와 그것을 뒷받침 하는 숫자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좋은 스토리텔링은 청자들을 빠져들게 하고 그들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형성된 관계를 가지고 사람들로 하여금 스토리의 결론을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업의 시작은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선택하여야 하며, 그 의미를 추구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기업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이를 전개, 실현하기 위한 각종 전략이나 형식을 의미한다. 저자에 따르면 좋은 내러티브를 구축하려면 문과적인 재능의 스토리텔러와 이과적인 재능의 넘버크런처의 역량이 조화롭게 뭉쳐야 한다. 단순한 데이터는 스토리를 말해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잘 기억되거나 설득하지 못한다. 숫자나 스토리만으로는 결코 기업을 판단할 수 없다. 여기서 제시한 매력적인 케이스는 차량공유 스타트업 우버와 석유 대기업 엑슨모빌이다. 전혀 다른 종류의 회사인 두 회사를 설명하는 내러티브는 각각 다른 전략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섹터의 특성과 시장 성장 가능성, 회계, 기업의 비전 등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
다만, 내러티브, 스토리는 몇몇의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너무 많은 데이터 양이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이 정말 가치있는 정보이고, 무엇이 의미없는 소음인지 구분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오히려 비지니스 스토리와 일반 스토리를 구분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둘의 차이는 '현실적인 제약 가능성'을 제시한다. 비지니스 스토리는 제약이 존재하고, 이는 소설이나 창의적인 이야기인 일반 스토리와 크게 다른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내러티브, 스토리를 도입하긴 하되, 숫자라는 약을 써서 검증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저자는 3P 검증을 제시하는데, 가능성(현실성이 있는가?), 타당성(현실에서 나타난다는 증거가 있는가?), 개연성(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가?) 라는 검증을 통해 네러티브의 현실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러티브와 스토리는 위 3개의 P를 만족시킬 경우에만, 기업의 가치평가에 녹여낼 수 있는 비지니스 스토리가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