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5
현주형
죽음. 2(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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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파피용,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등 최근에 이르기까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나에게 매우 친숙한 작가였다. 이번 기회에 가장 최근 작품인 죽음.. 이라는 작품을 접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그의 작품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내용을 매우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고 곳곳에 베르나르 특유의 철학적인 내용이 많이 담겨 있어서 역시 베르나르구나, 라는 생각을 이번에도 안할 수가 없었다.
사실 죽음이라는 책 제목만 놓고 보면 많이 어렵고 심오한 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베르나르의 '죽음'을 보면 죽음이 무겁거나 낯설지 않고 일종의,, 상상의 세계,, 로 느껴지는데, 이 또한 베르나르 작품이 가진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러한 베르나르의 매력 덕분인지, 아니면 워낙 유명한(특히 우리나라에서) 그의 명성 덕분인지 그의 신작이 나오면, 웬지 읽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더는 것이 사실이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간에, 또 막상 책을 읽으보면 여전히 재미있다는 것은, 그의 상상력이 아직 건재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전체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주간지 기자로 활동하던 가브리엘 웰즈는 평소에 관심 갖던 심령술, 범죄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소설로 펴내 대중의 인기를 꾸준히 받고 있는 유명 작가다.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던 그는 일상에서의 균열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누가 날 죽였지?' 소설의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는 이런 문장을 떠올리며 눈을 뜬다. 평소에 작업하는 비스트로로 향하던 그는 갑자기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한다. 그러나 의사는 그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거울에 모습이 비치지 않을 뿐 아니라, 창문에서 뛰어내려도 이상이 없다. 그는 죽은 것이다.
가브리엘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살인이라고 확신한다. 머릿속에는 몇몇 용의자가 떠오른다. 다행히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영매 뤼시 필리피니를 만난다. 떠돌이 영혼이 된 가브리엘은 저승에서, 영매 뤼시는 이승에서 각자의 수사를 해나가며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웬지 헐리우드 영화에서 한번씩 볼 법한 반전영화의 플롯을 따라가는 듯 한 내용이다. 그러나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베르나르는, 삶과 죽음을 좀 더 특별하게 바라보는 듯 했고, 책 전체 내용은 이러한 질문을 계속 따라가는 듯 보였다. 평소 그러한 내용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책의 내용을 좀 더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소 평범한 내용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베르나르의 팬이라면 익숙하게 느껴질 이름이 등장하는데, 바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쓴 에드몽 웰즈다. 가브리엘이 소설을 쓰면서 참고한 백과사전 속 내용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프랑스의 매장 풍속에서부터 작가 코넌 도일과 마술사 후디니, 도롱뇽 아홀로틀까지. 긴장감 넘치는 전개 속에서도 백과사전은 이야기의 맥을 끊지 않고 흥미를 더해 준다. '개미' 때부터 이어져 온 웰즈 가문이 여전히 이 책 속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을 읽어보면, 죽음.. 의 주인공이 베르나르 자신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쉽게 느낄 수가 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주간지 기자로 다양한 기획 기사를 쓰다가 작가로 데뷔. 범죄학, 생물학, 심령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던 사람. 장르 문학을 하위 문학으로 취급하는 프랑스의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매년 꾸준한 리듬으로 신간을 발표하여 대중 독자들의 지지를 받는 인기 작가. 이 설명은 『죽음』의 주인공인 가브리엘 웰즈에 대한 것이지만, 베르나르 본인과도 동일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작품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며, 책의 내용이, 어쩌면 베르나르가 진짜 하고싶었던 이야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서평을 마무리하면,
베르나르의 작품은 여전히 재미있고,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며, 그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지 가늠이 되지 않을만큼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