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9
조명철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현대지성클래식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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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를 여행할 때 많이 들르게 되는 대표적인 관광지가 대영박물관, 루브르미술관 등 예술작품 전시관 들이다. 이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주요 작품들이 고대 헬라스와 로마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조각품, 회화작품 들이다. 이런 종류의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신화에 대한 지식과 그 신화가 작품에 반영된 예술적 기법에 대한 선이해가 필요하다.
그런데 작품을 만든 예술가가 신화의 내용 중 극적인 장면을 표현하거나, 신들의 몸의 아름다움을 최상의 찬사를 다하여 나타낸 것으로 생각되는 몇몇 작품들을 대하여서는, 상기되는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신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을 감상한다기 보다는, 다소 외설스럽다고 느낄 정도의 당혹감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가끔씩 생긴다.
예술작품을 마주할 때 가지게 되는 인상 중에 가장 먼저 본능적인 무엇이 저도 모르게 떠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인간도 동물적 성격을 가지고 있능 이상,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제어할 수 없는 감각, 감정이라고 하는 것이 정직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한 감정을 누르고 다시 작품 감상으로 돌아오기 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은 약간의 감정의 동요를 가진다. 만약, 신화에 대한 지식, 그에 대한 예술적 표현 기법, 작가의 의도를 많이 알고 있을 수록 이러한 감정의 파동이 잠잠해지는 경과가 짧아질 것이다.
그러한 본능적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들은 주로 서구 르네상스 이후의 작품들로 생각된다. 짧은 지식으로 예술에 대한 시대적 평가를 감히 제시할 입장은 아니나, 예전의 헬라스나 로마의 작품들(벽화, 토기에 새겨진 회화 등)은 사건이나 신의 몸을 표현하더라도 과장보다는 서사적인 면이 강하고, 몸에 대하여도 상징적인 의미를 강조하였지 관능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근대로 들어서 중세의 억눌렸던 인간성 회복에 대한 갈망, 인격화된 신들을 통한 인체의 미에 대한 추구, 그것 들에 대한 욕구가 신들의 이야기를 빌린 예술가를 통해 세상에 나오고 그것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결과가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작품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