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8
안진균
진짜 일본은 요괴문화 속에 있다(더 파울린 프로제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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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좀 독특한 느낌의 나라다. 외국여행을 해보면, 보통 처음에는 그 나라만의 건축양식, 사람들의 생김새, 음식 등을 통해 생소함이 먼저 느껴지고, 그 다음에는 환경에 조금 익숙해지고 나면 이 생소함이 벗겨지면서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비슷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일본은 좀 달랐다. 한국어와 똑같은 언어구조를 가지고 있는 일본어를 조금 공부한 상황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한국과 너무 유사한 모양새에 외국여행이 주는 신선함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일본에서 시간을 보낼 수록 일본은 무언가 다르다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회사원들의 똑같은 복장(흰 와이셔츠에 딱떨어지는 핏의 검은 색 수트), 아무리 복잡한 상황이라도 모세의 기적과도 같이 길을 열어주는 아주머니들, 별거 아닌 일 같은 단순 업무에 대한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열성적인 태도, 너무도 조용한 식당 안의 모습들을 보면서 단순히 예절바름 등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일본인 만의 특성이 있겠다 싶었다. 적어도 일본인과 한국인은 생각의 기저가 많이 다르겠다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수박 겉핡기 식으로 관찰한 주관적인 생각이라는 건 당연한 전제다.
아무튼 이런 몇 번의 일본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이 일본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만들었고, 이 특이한 제목과 특이한 소재의 책을 굳이 읽고 싶게 만들었다. 이 책은 일본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한국 연구자들이 일본문화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소재인 요괴문화에 대해서 소논문 옴니버스 형식으로 자신들의 심도 깊은 연구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만화책인 요괴소년 호야, 3X3 Eyes, 백귀야행 등에 일본 요괴문화의 이러한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상상하지도 못했고, 그 문화의 깊이에 대해서 존경에 가까운 부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어떠한 형태의 문화라도 중요하게 여기고, 그 문화를 섬세하게 정리하고 기록했던 일본 연구자들의 태도가 존경스럽다. 그러한 결과가 재패니메이션이나 닌텐도, 소니의 게임의 세계화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임은 당연한 것 같다.
일본 여행때 한 호텔 수영장의 관리인이 하루종일 수영장 옆에서 분주히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기록하고, 손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며, 왜 저런 단순한 일에 대해 저리도 최선을 다하는 걸까 순진한 의문을 품었던 기억이 있다. 너무 단순화해서 얘기하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그 수영장 관리인과 같은 일본인의 태도가 일본 문화를 섬세하게 발전시킨 게 아닌가 짐작을 해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한국의 문화관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요괴와 같은 컨텐츠를 연구하겠다고 시도조차 한 적이 있을까. 너무도 하찮고, 중요하지 않은 전통이라고 스스로 폄하하고 무시하지 않았을까. 케이팝도 좋고, 삼성핸드폰도 좋지만, 우리나라 만의 이야기를 아끼고 정리하고 기록하는 시도가 많아지고, 그러한 가운데 우리나라 만의 전통적인 컨텐츠가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일본 찬양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