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5
박도윤
메트로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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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이유 >>
단순한 기술발전을 넘어 인류문명이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도시는 모든 사람들의 욕망, 생활상, 목적의식, 의사소통 방식 등이 소소한 것부터
거대담론까지 모든 것이 모여드는 공간이다.
봉건시대 이후로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중 하나는 이동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살 곳을 적어도 법적으로는 선택할 권리가 있는 상황에서
어떤 곳에서 어떤 모양으로 살아갈지를 고민하게 되고,
그 고민들의 결론의 모양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곳이 도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양은, 끊임없이 바뀐다.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사람들의 선호도에 따라.
어제 인기 있던 곳이 오늘은 인기 없어지기도 하고,
어제 주목받던 중심지들이 오늘은 노후한 퇴락한 곳이 되기도 하고,
어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지역들이 한순간에 새롭게 만들어지곤 한다.
이 책을 통해 도시의 발전, 삶의 다양한 군상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려고 한다.
<< 내용 요약 >>
이 책은 고대 중동의 바빌론, 우르크에서 시작해 중세로 넘어오면서 유럽의 리스본, 암스테르담, 런던, 파리를 거쳐
미국의 뉴욕과 LA, 마지막으로는 라고스라는 미래의 도시로까지 훓어본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대도시들의 시작 역시 쾌락과 욕망을 통해서 모이는 자리들이 형성되었다.
로마의 목욕탕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의 다양한 욕망이 모이는 자리에서
교류가 생기고 문화들이 형성된다.
무엇보다도, 교역이 활성화 되는 곳, 단순히 물건이 오가는 곳을 넘어서
그 곳에 새로운 기회가 있고, 신흥 부자 또는 엘리트들이 탄생하는 곳이 중요한 도시가 된다.
도시는 사람들의 이상이 구현되는 곳이다.
부르주아들은 벽돌로 성벽을 만들었고,
성당을 새로이 지으면서 기존 중세시대의 성당들을 초라하게 보이게 만들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도시들이 망가지는 것은 의외로 사소한데서 시작된다.
로마제국의 멸망이 게르만족의 침공에 따른 것임을 모두가 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어떻게 망했는지에 대해서
교역이 멈추고, 목욕탕이 폐허로 변하면서 매력을 잃어버린 것임은 알려지지 않았다.
잦은 전쟁, 불결함 또한 도시의 몰락 요인이기도 했다.
유럽의 도시들은 전쟁으로 인해 도시가 요새화되는 면이 많았고,
그로 인해 좁은 물리적 공간에 밀집하느라 병원균들이 많이 퍼지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도시에는, 화려함 이면의 소외됨이 있다.
19세기 유럽 도시들의 낮은 평균수명에서 보여주듯,
모두가 사람들이 몰린 것의 화려함을 누리는 것은 아니었음을 본다.
저자는 도시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위성을 배제하고
자연스러움과 유기적인 형성을 강조한다.
서양 사람들의 눈에 동경은 무질서해 보이지만,
이 도시의 규모와 모양을 지탱하는데 충분한 이면의 질서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낡았다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철거와 이주를 반복할때
도시는 메마르기 쉬움을 주장한다.
<< 독서후기 >>
아는 지인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미국에서 취업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리고 그들은, 학교는 A지역에서 나와도, 취업은 다른 지역으로, 또 결혼 이후 제3의 지역으로,
은퇴이후는 제4의 지역으로 옮겨가는 경우를 많이 본다.
도시를 만드는 것이 좋은 일자리, 인프라일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이는 미술관, 문화시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이면에, 무엇에 사람들이 욕망하고 모여드는지,
그리고 그것에 맞게 무엇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생각하는게 우선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돌아본다.
최근 우리나라는 지방소멸, 인구감소의 위기에 대한 것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명 중반의 출산율이 2019년을 기점으로 0으로 급락하고 있고,
코로나 19 이후 이런 현상들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리고 특히, 서울과 나머지 지역의 현격한 격차로 인해 소멸위기의 도시 및 지방권역이 많이 늘고 있다.
단순히 서울이 매력적이다, 모든 인프라를 갖고 있다는 자원분배의 관점에서
인위적으로 지방으로 사람을, 기업을, 조직을 옮기려는 시도들이 나오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오히려, 삼성동에 특정 공기업이 본사를 갖고 있다가 매각하고 지방을 가자
그곳에 다시 수십층 마천루가 세워지는게 오늘의 도시의 현실이다.
싱가폴의 초대 총리였던 리콴유가 싱가폴을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이 무엇이었냐는
영국 기자의 질문에 "에어컨"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268922?sid=110)
얼핏 보면 정책적 타당성에 대한 경제학적 툴이나 도구와 무관한 발상으로 보이지만,
덥고 습해서 야외활동이 어려운 싱가폴에서 사무실의 쾌적함으로 사람들이 일에 집중하고
좋은 생각과 아이디어, 연구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사람들의 일상에 지극히 밀착되어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부분에 착상한 아이디어라고 하겠다.
매력적인 도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수천억씩 들여서 건물을 짓는데 있지 않다.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고 모일까.
적어도, 기회는, 자유로운 분위기,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분위기에서 온다.
인류역사 수천년의 메트로폴리스들이 말해주고 싶은 것도 결국 이것이 아닐까.